강력사건이 마무리되면 경찰은 그동안의 수사진행과 범인검거 과정을 기록하고, 수사상의 잘잘못을 스스로 가리는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이런 사례들은 모아져 수사사례집이라는 기록으로 남게 된다.
기록은 수사· 형사업무 담당자들에게 읽혀져 새로운 수사기법을 전하게 되고 잘못된 전철을 다시 밟지 않도록 지도하는 지침서가 되기도 한다.
전주 금암2동 파출소 경관 피살사건이 유력한 용의자가 검거된 지금, 보고서로 작성될 수사상 잘못된 점에는 아마 ‘사소한 것도 흘려보내지 말아야 한다’ 또는 ‘현장 주변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는 정도의 내용이 오를 것 같다.
새로울 것 없는, 어쩌면 형사계 직원들이 그동안 귀에 따갑도록 들었을 그 얘기가 다시 한번 문서로 남게될 상황이다.
20년이 넘는 동안 줄곧 수사분야에서 일하면서 나름대로 ‘수사통’이라고 자부해온 한 고급간부는 “사건 초기 직원들이 조금만 더 신경을 곤두 세웠더라면…”이라는 말로 개운치않은 분위기를 전했다.
사건 당일 오전 시민의 전화를 받고도 용의자들이 묵고 있었던 은신처에서 특별한 사항을 찾지 못하고 부모에게 인계했던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들 3명은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그곳에는 애타게 찾고 있는 총기가 종이박스에 담겨 있었고, 이 박스에는 혈흔도 남아 있었다.
숨진 경찰의 수첩에 담긴 약 2백여명의 인적사항 가운데 용의자 중 1명인 ‘박00’의 이름이 지금에 와서야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것 역시 경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사건발생 4개월이 지난 지금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인원 16만명이 동원된, 그리고 날밤을 새워가며 밤잠을 설친 수사팀을 생각하면 ‘단순한 아쉬움’을 넘어 시민들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북청 형사들이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라는 말로 애써 서운함을 감추는 나이먹은 수사간부의 아쉬움이 또다시 되풀이되서는 안되겠다.
/이성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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