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는 한쪽 신발을 잃고 산발한 모습으로 질주하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평화로운 도시의 한복판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달려가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나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전시에는 비상사태에 걸맞는 행동양식이 있고 태평성세에는 평시에 어울리는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북무역과 전북도의 최근 태도를 보면 사안의 경중과 완급을 전혀 가리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전북무역은 지난해 도의회 공기업조사특위에서 지적됐듯이 구조적으로 문제가 많고 유동성 부족으로 흔들리고 있는 회사다. 정상적으로 잘 돌아가는 회사가 아니라 수술이 필요한 회사라는 뜻이다.
더욱이 유동성 부족을 불러온 비봉어패럴과의 거래문제는 매우 중요하고도 시급한 사안이다. 한 마디로 비상사태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전북무역이나 전북도의 태도는 무사태평이다. 도민들은 '혹시나 잘못되지 않을까' 불안한데 정작 전북무역이나 전북도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남아 돌아 따분하다는 분위기마저 감돈다.
전북무역이 비봉어패럴과 거래를 중단한 뒤 수개월동안 사후조치를 게을리 한 것도 그렇고 현지확인을 다녀온 뒤 차일피일 미루는 것도 그렇다.
전북도는 더욱 심하다. 3월이 지나기 이전에만 이사회를 열면 되기 때문에 굳이 서둘러 사태를 파악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전북무역의 경영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환자는 고통속에 죽어가는데 전북무역과 전북도는 '아직도 시간이 되지 않았다'며 수술을 서두를 생각이 없다. 왜 사태가 여기까지 왔는지 알만하다.
도민들은 현재 주민의 혈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회사가 어설픈 업무처리로 막대한 돈을 떼이게 된데 대해 엄청난 분노를 느끼고 있다. '누군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도민들의 외침을 누구도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성원(본사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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