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전주YMCA회관 2층 강당→경찰서 2층 회의실→건지산→법정→?'
사건 발생 4개월, 그리고 다시 용의자 검거 수사발표로부터 1백일. 7개월이 넘는 사건발생 이후의 궤적을 따라간 장소들이다.
지난해 추석 연휴 새벽 전주 금암2동 파출소에 발생한 경찰관 피살사건은 경찰 최대 규모의 수사인력이 투입돼 파출소 인근에 전주YMCA회관 2층 강당에 수사본부가 차려졌고, 경찰은 지난 1월20일에는 경찰서 2층 회의실에서 용의자 김모씨(21)등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범행의 결정적인 증거인 총기회수를 위해 경찰은 용의자들이 지목한 은닉장소인 건지산일대를 수색했다. 그러나 총기는 발견되지 않았고, 경찰은 살인혐의에 대해 기소조차 하지 못한채 용의자들은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됐다.
'치안 허점''수사력 부재''수사 장기화''용의자 검거''증거도 못찾아''기소도 못하는 경찰'.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7개월동안 들어왔던 이야기들이다.
치안의 최전선인 파출소에서 경찰관이 살해당한 사상 초유의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당시 경찰청장이 직접 현장을 찾았고, 반드시 검거할 것을 지시했다. 경찰관들도 동료의 죽음을 바라보며 검거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용의자들을 검거하고도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고 가혹행위 논란과 자백번복 등으로 애를 먹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기억도 흐릿해지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관심이 설령 덜하더라도 이번 사건은 경찰 스스로가 마음을 다잡아 반드시 해결해야할 경찰 전체 자존심의 문제다.
딱딱한 간이의자 두개를 나란히 놓고 잠깐이나마 잠을 청했고, 사소한 제보라도 세세한 것까지 확인했다. 눈을 비비며 날을 샜고 아침에 잠깐 집에 들러 겨우 옷만 갈아입고 나왔다. 한 간부는 두 번의 명절이 있었지만 고향에 있는 홀어머니에게 전화로 안부를 물어야 했다.
이번 사건의 마무리가 '?'가 아닌 '수사발표 기자회견장'이길, 그 경찰간부가 전화안부가 아니라 선물꾸러미를 들고 홀어머니가 있는 고향마을을 찾길 기대해 본다.
/이성각(본사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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