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과 5학년 자녀를 둔 한 공무원은 6일 출근과 함께 날씨를 타박했다. 어린이날 비가 왔으면 그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하필 어린이날이 지난 뒤 비가 내리냐는 푸념이었다. 어린이날 두 자녀의 성화에 못이겨 동물원을 찾았다는 이공무원은 놀이기구를 꼭 타겠다는 아이들의 고집을 끝내 꺾지 못하고 뙤약볕과 '엄청난 인파'속에 고행의 하루를 보냈단다.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를 둔 또다른 부모는 아이 선물 때문에 하루종일 편치 않은 하루를 보냈다. 핸드폰 선물을 희망하는 아이를 어렵게 설득하기는 했으나 자신이 원하는 선물을 갖지 못한 아이의 처진 모습이 지금도 아른 거린다는 것이었다.
두 가정에 국한된 어린이날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어린이를 둔 대부분 가정에서 어린이날 '선물과 놀이'를 놓고 고민한다. 물론, 가장 아끼는 아이를 위한 것인 만큼 행복한 고민일 수 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과 아이들이 가장 해보고 싶은 놀이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데서 만족감을 찾는 게 부모들이다. 그러나 요즘의 이같은 부모들을 나이든 어른들은 여간 못마땅하지 않는 것 같다.
교육계 한 원로는 왜 언론에서조차 일그러진 어린이날 모습을 그대로 두느냐고 질타했다. 이 원로는 현재와 같은 어린이날 축제라면 차라리 없애는 것이 좋다고도 했다.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날을 제정할 당시 우리 어린이들 대부분이 제대로 먹거나 놀지도 못하고, 교육도 제대로 못받던 때였다. 그런 어린이들의 올바른 교육을 위해 어린이날이 제정된 것이지 요즘처럼 가뜩이나 과잉보호속에 자라는 아이들을 한 번 더 추켜세우라고 정한 날이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3백65일이 어린이날인 데 굳이 어린이날까지 아이들을 받들 필요가 있느냐 이야기였다.
현재와 같은 형태의 어린이날은 부모가 없거나 부모의 사랑을 누리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축제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렸다. 어린이날은 이제 자신보다 어려운 어린이들을 생각하는 날이라는 의미로 만들고, 그게 어려우면 차라리 어린이날을 없애는 것이 진정 우리 어린이들을 위하는 길이라는 교육계 원로의 말을 새겨볼 때가 아닌가 싶다.
/김원용(본사 문화교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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