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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개혁이냐 이전투구냐

 

 

요즘 신당 논란에 빠진 민주당이 개혁신당이냐, 통합신당이냐를 놓고 벌이는 줄다리기는 그야말로 사생결단 식이다. 총칼로 무장만 하지 않았지 상대방을 제압하지 못하면 정치생명이 당장 끊길 상황 속에서 벌이는 이 생존 논쟁의 속성은 민주당 정통성도 아니고, 개혁도 아닌 것 같다.

 

다만 '너는 못 믿겠으니 함께 할 수도, 더구나 주도권을 줄 수도 없다'는 당 주도권 다툼으로 비쳐질뿐 당초의 개혁정신은 빛을 바래가고 있다.

 

1년전 쇄신파동을 거쳐 한국 정치사 초유의 국민경선을 성공적으로 치른 뒤 대선에서 승리한 집권여당이지만, 서로를 불신하고 인적 청산 주장이 난무하면서 민생을 고민하기 보다는 집안싸움에만 열중하는 한심한 집권당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죽하면 정대철대표가 당 국민정치연구회 모임에서 중국의 고사 '절영지연'(絶纓之宴)을 인용, 화합과 단결을 촉구했을까.

 

이 고사는 중국 초나라 장왕이 자신의 애첩과 신하들을 모아놓고 향연을 벌이던 중 불이 갑자기 꺼진 틈을 타 신하 한 명이 애첩의 몸을 더듬자 화가 난 애첩이 그 신하의 갓끈을 떼어 장왕에게 처벌을 요구했지만, 장왕은 향연에 참석한 모든 신하의 갓끈을 떼라고 명령한 뒤 향연을 계속했다는 고사성어다. 왕이 갓끈 떨어진 범인색출에 나섰다면 잔치분위기는 험악해졌을 것이다.

 

민주당의 요즘 사태는 어떤가. 신주류 인사들은 지난해 국민경선을 통해 대선후보로 선출된 노무현 후보를 이리저리 흔들어댄 의원들과는 당을 함께 하며 국정을 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그 '갓끈 떨어진 의원들'을 찾아내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결과는 당권을 둘러싼 이전투구로 나타나고 있다. 신주류는 당권을 쥐어야 개혁을 개혁답게 해 나가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틀을 확실히 다질 수 있는 만큼 '낡은정치 인사'들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두 갓끈을 떼자는 당 대표의 말은 공허해 보인다.

 

/서울=김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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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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