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소리를 높이지 않는 전주시내 고교 교장들이 잔뜩 화가 났다. 4일 전주기전여고에 모인 전주지역 일반계 고교 교장들은 오는 10월 도내에서 개최되는 전국체육대회에 학생들을 동원시키려는 데 대해 1시간여에 걸쳐 도교육청을 집중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불만은 많은 학생들을 동원시키면서 학교측과 사전 협의 없이 어떻게 일방적으로 할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과거와 달리 학부모와 학생 등의 동의나 이해를 구하지 않고 학교 마음 대로 학생들을 동원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냐는 비판도 같은 맥락에서다.
한 학교장은 "도내에서 전국체육대회를 치렀을 때 마스게임과 카드섹션에 참여했던 학교의 대학 진학성적이 다른 해보다 크게 떨어진 것을 기억하는 교장들이 많다”며, "아무리 거도적 행사지만 일반계 고교에서 대학진학보다 더 큰 것이 어디 있겠느냐”고도 말했다. 학교장들이 들고 일어설 수 밖에 없는 현실적 이유를 분명히 한 셈이다.
충분히 설득력을 가진 항변으로 이해된다. 도교육청의 학생 동원 방법에 문제가 있어도 보인다. 그럼에도 고교 교장들의 인식이 지나치게 한 편으로 기울지 않았나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도교육청 관계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12년만에 도내에서 치르는 전국체육대회는 거도적 행사다. 굳이 마스게임이나 카드섹션이 필요하며, 학생이 아닌 일반 시민들을 참여시킬 수 있지 않느냐고 한다면 다른 문제다.
그러나 마스게임이 필요하고,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끌어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우리학교''일반계 고교'는 예외로 해야 한다는 생각은 지나친 이기주의다.
특히 과거와 달리 카드섹션의 경우 전체 참가자들이 3번 정도만 맞춰보면 된다고 한다. 더 많은 연습과 훈련이 필요한 마스게임에 흔쾌히 참여하는 학교도 적지않다. 카드섹션에만 참가하는 일부 고교들의 불만과 대비된다. 사립고교는 자신들의 경우 도교육청과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에 빠지겠다고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몇 시간의 학과 공부를 할 수 없어 12년만에 범도적으로 준비하는 행사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결코 바라직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우리고장서 열리는 행사를 우리가 멋지게 만들었다는 자부심과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 더 멀리는 훨씬 교육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단지 교육청의 동원으로 여기지 말고 우리의 잔치를 우리가 즐겁게 만들어간다는 쪽으로 정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원용(본사 교육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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