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낯선 사람과 가까워지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함께 몸을 부딪치며 땀을 흘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호·영남 교류에서도, 민간단체 교류에서도 체육대회는 거의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가 되고 있다.
도내에서도 전북도와 시·군 공무원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함께 땀을 흘리며 유대감을 확인하는 기회를 가졌다. 강현욱 지사와 강근호 군산시장, 유성엽 정읍시장, 최진영 남원시장, 곽인희 김제시장 등 시장·군수와 공무원 1천여명이 지난 13일 전주 덕진 체련공원에서 제1회 도, 시·군 공무원 친선체육대회를 연 것.
이런 행사가 열렸다는 자체가 그동안 도와 시·군간의 관계가 그만큼 소원해졌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지난 95년 민선 단체장 시대가 열린뒤 도와 시·군, 시·군과 시·군간의 관계는 과거 관선 단체장 때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서로간의 인사교류는 갈수록 제한되고 사업배정을 둘러싼 갈등도 적잖이 드러났다. 자치단체들 사이에서는 '나는 나고 너는 너'라는 식의 배타적인 의식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도와 시·군 공무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간의 연대감과 유대를 강화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큰 일로 평가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이같은 긍정적인 평가의 이면에는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1천여명의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를 굳이 평일 근무시간에 해야만 했느냐는 것이다. 근무공백에 따른 민원인의 불편은 차치하고라도 공무원 체육대회가 주민들에게 미칠 심리적 영향은 따져 보았어야 했다. 극심한 경제불황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버거운 도민들에게는 공무원 체육대회가 지나친 호사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공무원들이 평일 하루쯤 근무를 빼먹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참으로 위험할 수 있다. 휴일을 반납하고 나와서 체육대회를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적어도 토요일 등을 적절히 활용할 수는 있지 않을까.
바로 다음날이 토요일인데도 굳이 평일을 이용해 공무원 체육대회를 연 것은 지나친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성원(본사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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