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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수시모집 정원 부풀리기 유감

 

 

"수시에서 못 뽑으면 정시모집에서 채우면 됩니다”

 

수시모집 정원이 너무 많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학측의 답변이다.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2004학년도 대입 수시 2학기모집에 도내 상당수 대학이 전체 모집정원의 절반이상을 책정했다. 심지어 몇몇 대학은 총정원의 60∼80%를 선발한다고 발표했다. 전국적으로 2학기 수시를 통한 모집인원이 대학 총 모집정원의 37%인 점과 비교된다.

 

수시모집 규모가 해마다 확대되고는 있지만 현행 대학입시 체계가 수능시험 이후에 실시되는 정시모집 위주인만큼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다. 실제 도내 대학들도 수시모집보다는 대다수의 인원을 정시에서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수시모집은 모집시기뿐 아니라 주로 특기자와 농어촌학생·학교장 추천자등 특별전형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한다는 점에서도 정시모집과 차이가 있다.

 

상황이 이런만큼 수시모집에서 당초 발표한 모집정원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대학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허수가 많은 셈이다. 그리고 이 허수는 고스란히 정시모집 인원에 보태질 것이다.

 

주어진 모집기회를 최대한 이용, 결원을 줄여보자는 대학측의 고육지책은 이해하지만 정도가 너무 심하다.

 

특히 정시모집에 대비, 수능시험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자칫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희망하는 대학이 대다수의 인원을 수시에서 선발한다는 발표를 곧이 곧대로 믿고 당초 계획을 바꿔 수시모집에 원서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집안 형편이 아무리 어려워도 뽑아서는 안될 기둥이 있다. 어려울수록 원칙은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면 '속 모르는'소리일까.

 

비단 수시모집 정원 부풀리기만을 놓고 하는 말은 아니다. 대학운영의 청사진보다는 당장의 신입생 채우기에 치중하는 정책들이 속출하고 있다.

 

입시철마다 수험생들을 쫓아다니는 대학으로 남을 요량이 아니라면 기본적인 원칙과 자부심은 그대로 세워놓아야 한다. 대학의 어려운 처지를 뻔히 아는 수험생들을 구성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미래의 모습을 자신있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빈곤의 악순환을 이어내는 고리를 대학이 스스로 조여서는 안된다. 수험생이 있는 곳에 소신없이 쫓아다니다 제자리도 찾지 못하는 낭패를 당할까 우려된다.

 

 

 

김종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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