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17:22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딱따구리
일반기사

[딱따구리] 야누스의 얼굴, 선관위

“깨끗한 정치를 위해 정당·국회의원에게 10만원 기부하면 연말정산시 전액 돌려받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연말을 맞아 펼치고 있는 홍보내용이다.

 

최근 선관위는 ‘10만원을 기부하면 세금을 공제해 주고 10만원이 넘는 금액은 소득액에서 공제해 준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지난 3월 개정된 정치자금법에 따라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는 면세조항을 시민들에게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선관위의 주장이다. 다수의 소액기부자들을 확보해 대기업 등의 불법정치자금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

 

그러나 시민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정치인에게 돈을 주면 처벌받는다고 홍보해 놓고, 정치인에게 돈을 기부하면 세금을 공제해 준다는 홍보가 납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에는 정치인으로부터 돈을 받으면 50배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돈을 주어도 처벌받도록 규정돼있다. 따라서 동일한 기관에서 정반대의 내용을 홍보하는 것으로 비치기 쉬운 상황이다.

 

더욱이 새로 개정된 선거법에 의해 정치인으로부터 일절 금품을 받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홍보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플래카드를 함께 내건데 대해 무슨 의도인지 의아해 하는 시민들이 많다. ‘깨끗한 정치’가 채 정착되지도 않은 시점에 선관위가 나서서 쌈짓돈을 꺼내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제가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서민들 주머니까지 동원해야만 정치가 깨끗해진다는 논리가 시민들로부터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진흙탕 정치판에 신물난 시민들 입장에선 선관위가 굳이 연말정산때 세금혜택을 받는다며 정치인에게 기부하도록 독려하는 까닭을 묻고 싶을 것이다. 과연 선관위가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 의심마저 든다.

 

선관위는 시민정서를 감안한다면 우스꽝스럽게 내건 플래카드들을 하루빨리 철거해 오해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고, 연말연시 불법 사례가 판치지 않도록 감시하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정규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