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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코리아 환타지' 들어보셨습니까?

내년은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이자 안익태 탄생 100주년입니다. 벌써부터 모차르트 때문에 전세계 음악계가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는데 비해 우리가 안익태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별로 눈에 띄지 않습니다. 제가 8살 때 돌아가셨으니 그분을 잘 모릅니다. 학교에서도 음악이나 역사시간에 ‘애국가를 작곡한 사람’이란 것 말고 그분에 대해 가르쳐준 선생님은 한분도 없었습니다.

 

독일이나 프랑스는 말할 것도 없고 적어도 ‘핀란디아’를 작곡한 시벨리우스가 핀란드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고, 그리그가 노르웨이에서 어떻게 추앙받고 있는지, 브라질에서 빌라-로보스가 어떤 조명을 받고 있으며, ‘나의조국’을 쓴 스메타나가 왜 그리도 체코인들에게 자랑인지, 미국은 왜 아론 코플란드나 찰즈 아이브즈를 추켜세우는지, 그것을 가르쳐줄 줄 아는 선생님이라면 안익태 선생님을 몰랐을 리 있을까요?

 

모름지기 제 나라의 영혼을 노래할 줄 아는 작곡가 한명을 내세우기 위해서 다른 나라 사람들은 그토록 호들갑인데, 우리는 스스로 힘으로 세계적인 음악가가 된 위인(偉人)을 갖고 도 비판이나 하면서 지나왔습니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우유부단한 정부와 음악계의 친일기득권자들의 시기와 질투가 한몫 했습니다. 우리에게 ‘코리아 환타지’가 자주 들려오지 않은 이유도 아마 그럴 겁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귀를 막고 안익태 선생님 작품연주를 외면했던 그들도 이제는 대개 무덤 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교향시 ‘코리아 환타지’가 어느 조그만 음반수입상인 한 개인의 열망으로 출시된 것은 십수 년 전이었습니다. 좀더 정확한 녹음연대는 1992년 11월 16일이었고 장소는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홀이었습니다. 연주자들은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원 160명이었습니다. 이 곡을 우리나라 악단이 아닌 외국 악단이 녹음한 것을 두고 크게 의아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코리아 환타지’는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많이 연주됐고 더 알려져 있습니다. 그것은 안익태 선생님께서 한국의 음악가라기보다 세계의 음악가였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R. 슈트라우스를 계승한 수제자로 1930년대부터 50년대 세계 유명악단의 바통을 잡은 마에스트로였으며 스페인에서는 선생님을 위해 교향악단을 창설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에 관한 전기나 평전을 보면, 그분은 한국에서 활동을 하길 원했습니다. 3.1만세운동 때 일경(日警)의 지목대상이 되어 일본으로 쫒기 듯 유학을 떠난 선생님은 이후 미국과 중남미, 유럽 등을 다니면서 음악생활을 했습니다. 해외에서 홀로 음악가로 성공하는 동안 나라 없는 설움을 톡톡히 겪어야했던 선생님께서 ‘애국가’를 작곡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50년대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요,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한국을 잊지 않고 틈틈이 드나들며 헌신했습니다. 국제적인 음악제와 교향악단과 음악학교를 세우기 위해 정부의 지원을 끌어들이고 자신이 외국악단을 지휘해서 받은 연주료까지 헌납했습니다. 그러나, ‘조국’이라는 그릇은 아직 ‘안익태’라는 ‘세계’를 담기엔 너무 적었나 봅니다. 선생님은 끝내 그리던 조국땅에 돌아오지 못하고 이국땅에서 눈을 감아야했으니까요.

 

내일(독일 현지날짜 11월 16일), 다시 베를린 필하모니홀에서 ‘코리아 환타지’가 울려퍼집니다. 베를린교향악단(Berliner Symphoniker)과 칼 포스터 합창단(Karl-Forster-Chor)이 한국 방문을 앞두고 독일에서 갖는 공연입니다. 여러분! ‘코리아 환타지’ 들어보셨습니까?

 

/배석호(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예술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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