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가 용역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은 한두번이 아니다. 관선시대는 물론 민선 이후에도 행정기관에서 발주하는 각종 용역에 대해 그러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역 건수나 액수는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용역은 대개 행정기관의 힘만으로는 사업 전망이 어렵거나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한 경우 시행된다. 반드시 투명성과 효율성이 담보되어야 하고 세금 낭비 요인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행정기관이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비슷한 내용이 중복되거나 용역조사만 끝나고 사장되는 경우도 있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닌데도 특정기관이나 특정인을 밀어주기 위한 경우도 없지 않다.
전북도의 경우 용역비는 2004년 20건 22억2300만 원에서 2006년 34건 52억2400만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전주시 등 도내 14개 시군의 용역비를 합하면 한해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가운데 중복사례만 해도 숱하다. 전북도의 기업유치 전략이 그렇고, 진안 홍삼한방리조트, 군산 도시경관 관련 용역이 그러하다. 또 전북도 공무원교육원 관련 용역이나 새만금 관련 용역은 돈을 들여 용역만 했지 실제 사업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심지어 전주시 서신동 복합문화센터는 2004년에 신축계획이 이미 확정됐는데도 2005년에야 뒤늦게 타당성 용역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전북발전연구원에 매년 10억원 이상의 용역비를 지원하는 것도 문제다. 아직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해 부득이 밀어주는 점도 없지 않겠으나 행정기관과 직접 관련이 없고 우선 순위가 낮은 내용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사전에 걸러내는 장치가 제구실을 해야 한다. 용역과제심의위원회가 그것인데 도내 시군중 절반정도는 아예 이 위원회가 없는 상태다. 또 있다 해도 구성원이 당해 자치단체 간부들과 지방의원이 2/3를 차지해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이 위원회가 실질적인 심의기능을 갖기 위해선 우선 구성원이 달라져야 한다. 관변단체 성향이 아닌 전문가와 비판적 시민단체 관계자가 대폭 참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용역 사업에 대한 사후 평가도 필수적이다. 평가 결과 용역이 사장되거나 예산낭비가 된 경우 관련자들의 책임을 묻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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