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자(한국문인협회 무주지부장)
노란 은행잎이 바람결에 하르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누가 금종이 어여삐 울린다고 했던가. 짧은 해를 덥썩 물고 가버린 가을사이 아직 단풍잎이 곱기만 한데 첫눈의 이미지를 안겨주는 입동이 으뭉스럽게 다가왔다.
어제는 황량한 벌판에 하얀 입김처럼 서리가 앉았다. 밭엔 겨울동안 따뜻하게 지낼 김장거리가 남아 있을 뿐 된서리에 폭삭 고개 숙인 고춧대며 호박넝쿨이 하루아침에 다른 모습이어서 보기 민망하다.
지난 11월 1일부터 4일까지 세계태권도 선수들이 모여 한판 승부를 겨룬 '2006 국제태권도대회'가 무주 한마당잔치로 어우러져 성황리에 끝났다. 11월 9일에는 제10회 무주 초, 중학생들의 종합예능발표회가 한국 남동발전 무주양수발전처의 후원, 무주교육청(유택열 교육장) 주관으로 열렸다.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니 어린이 교육 쪽에는 솔직히 관심이 덜했었는데 요즘 어린이 교육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궁금하여 이번만은 일부러 시간을 내어 나가 보았다.
전시실을 꽉 메운 어린이와 자모들, 작품들을 둘러보며 그 높은 수준과 섬세함, 양질의 교육, 그 노고에 치하를 아끼고 싶지 않았다. 그래, 조화로운 인간육성교육에 혼신을 기울이는 무주의 교육가족 여러분들께 감사 드리고 싶어졌다. 이 사회가 이만큼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직도 선량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고 우리 어린이들에게도 꿈과 희망이 있다는 감격 때문이리라.
전시 작품들은 지난 10월 종합예능경연대회에서 뽑힌 우수한 작품(한국화, 서양화, 만화, 소묘, 판화, 서예 외에 시화의 작품)과 각급 학교에서 일년동안 준비한 교육과정의 학습 실적물 총 300여 점이라고 설명했다.
공간과 시각과 청각을 요하는 작품으로 사물놀이에서부터 관악합주, 태권체조, 민요합창, 스포츠댄스, 리코더합주, 가야금병창, 자율댄스, 바이얼린합주, 소방동요에 이르는 무주적인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리코더 연주를 할 때 리코더가 상식 밖으로 여러 가지 크기를 가지고 있는 것에서 내 상식이 얼마나 편협한가를 깨달았다. 시대의 장벽을 넘고 넘어 예까지 이르렀으니 우리의 성장시기를 대비시킬 필요와 재간은 없다.
어린이들의 예능에 대한 관심은 평생을 두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길이라는 것을 내 경험으로 잘 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우리담임선생님은 성악에 특기를 가지신 분이셨다. 자연히 우리 반은 전교에서 제일 노래를 잘 부르는 반으로 꼽혀 무대가 마련될 때마다 노래를 불렀다. 노래뿐 아니라 단합도 아주 잘 이루어졌다. 노래부르는 것은 정서 순화에 지대한 공을 한 것이고 음률을 탄다는 것은 생체리듬하고도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며칠전 초등학교 동창회를 했는데 다섯 반 중에 제일 많이 참석했다. 이것이 과연 우연이라고만 할 수 있는 일일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고 어릴 때의 교육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것은 우리가 잘 아는 진리에 가까운 이야기이다. 사람마다 개인차는 조금씩 있을 테지만 적절한 관심과 소질 개발로 참교육을 실시한다면 지금 어린이들이 성장하여 미래에는 훌륭한 예술인들이 많이 배출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대에 기대를 걸면서.
/전선자(한국문인협회 무주지부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