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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도업체에 놀아나는 자치단체

자치단체와 대학이 골프산업클러스터를 추진하면서 이미 5년전 부도가 나 폐업조치된 업체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순창군 구림면 일원 100만평 규모에 2,800억원을 투입, 오는 2010년말 완공 목표로 36홀 규모의 골프장과 골프용품 및 운영장비를 생산하는 골프산업단지, 골프산업 연구소, 골프아카데미 등을 시설한다는 '순창 골프산업클러스터'와 관련된 것이다.

 

전북도와 순창군, 전주대는 지난 10월 골프용품 생산업체였던 ㈜랭스필드와 업무협약을 맺고 이같은 골프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대내외에 과시했다. 당시 김완주 도지사와 강인형 순창군수, 이남식 전주대총장 등이 업체 대표와 함께 업무협약서를 내보이며 사진촬영한 모습이 언론에 공표된 게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 이 업체가 지난 2001년 부도가 나 폐업조치된 업체로 밝혀진 것이다. 이 업체는 부도난 뒤 국세청에 의해 직권 폐업조치됐고, 국세청 홈페이지의 고액체납자 명단에 공시된 체납액만 21억6200만원, 전체 체납액은 43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러니 전북도와 순창군은 2,800억짜리 골프 프로젝트를 ‘유령업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추진한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자치단체가 그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시행주체인 업체에 대해 조회 한번 하지 않았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넋이 나가지 않고는 가능치 않은 일이다.

 

뒤늦게나마 업체의 하자를 밝혀내고 문제를 지적한 것도 당사자인 전북도나 순창군이 아닌, 골프단지 조성 예정지 마을 주민과 순창농민회 회원들로 구성된 '골프장건설저지 대책위원회'라니 더욱 가관이다. 아예 행정을 주민들에게 맡기는 게 나을 것 같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도지사나 군수가 전시적 한건주의 행정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이런 편향성에 맞추다 보면 실무자들이 성과나 실적만 의식한 나머지 당연히 밟아야 할 절차나 과정을 소홀히 하기 마련이다. 이번 일도 수천억짜리 프로젝트 추진을 과시하려는데서 빚어진 역기능의 부산물로 보면 틀림없다.

 

어째든 전북도의 해명대로 업체의 노하우가 높이 평가돼서 그랬다면 유력한 투자자가 확보된 후에 사업을 추진하는 게 순리이다. 그렇지 않다면 주민 요구대로 사업을 백지화해야 마땅할 것이다. 자치단체가 부도업체에 놀아나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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