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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지리산ㆍ섬진강권

“웅장한 모습으로 호남·영남 두 길의 동서에 걸터타고 있어 한 나라의 거대한 진정(鎭定)하는 산이 되었다.” 조선 중기 호남의 거유(巨儒) 김인후의 하서집(河西集)에서 지리산을 이르는 귀절이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출발해 한반도의 등줄기를 이루며 남단으로 뻗어 내리다 우뚝 솟은 지리산에서 발길을 멈춘다. 그래서 두류산(頭流山) 또는 삼신산인 방장산(方丈山)이라 불렀다.

 

영남의 거유 조식 역시 지리산을 ‘하늘이 울어도 아니 우는 산(萬古天王峰 天鳴猶不鳴)’이라 했다. 지리산을 10번 이상 답파한 그는 또 남명집(南冥集)에서 “두류산 같이 큰 산이 없는데 가까이는 우리 시야 안에 있으면서 여러 사람이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아도 아직 보지 못하는 산”이라고 장엄함을 묘사했다. 말하자면 동시대를 살았던 호남과 영남의 두 거유가 하나같이 지리산을 칭송한 것이다.

 

또 ‘지리산 포수’라는 속담이 있다. 한번 들어간 후 돌아오지 않거나 매우 늦을 때 쓰는 말이다. 울울창창한 지리산 속에 들어가 쉽게 나올수 있었겠는가.

 

지리산은 주봉인 천왕봉을 중심으로 동서 100여리에, 1500m 이상 봉우리만 18개를 거느리는 거대한 산악군이다. 둘레만 800리요, 800여종의 식물과 400여종의 동물을 품은 식생의 보고다. 대학자인 최치원과 한국 풍수의 비조 도선이 편력했고 정유재란과 일제, 6·25 등 민족의 수난을 민중과 함께 했다. 그 아픔이 ‘토지’ ‘지리산’ ‘남부군’ ‘태백산맥’ ‘혼불’ 등의 문학으로 승화되었다.

 

한편 지리산은 진안군 백운면 데미샘에서 발원해 광양만으로 빠져 나가는 섬진강을 끼고 있어 풍요로움을 더해 준다. 섬진강은 성급히 휘둘지도, 바삐 여울져 흐르지도 않고 한 굽이 돌 때마다 정갈한 모래톱을 속살로 드러낸다. 그래서 이원규 시인은 안치환이 부른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에서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라고 노래했을 것이다.

 

최근 지리산과 섬진강권인 전북 남원·순창·장수, 전남 곡성·구례, 경남 하동·산청·함양군 등 8개 자치단체장들이 모여 이곳을 공동 관광개발키로 했다. 지역협력의 좋은 모델이 되길 바라지만 난개발로 청정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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