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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나훈아와 마녀사냥 - 김성진

김성진(조달청장)

며칠 전 인기가수 나훈아의 기자회견을 두고 말이 많다. 그러나 그 동안 일부 인터넷을 타고 유포되었던 괴담과 소문을 해명하기 위한 기자회견장에서 오죽 답답했으면 바지까지 벗으려고 했을까?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회견에 대한 의견은 양극단으로 갈리는 것 같다. 거침없는 말투와 직설적인 표현에서 진실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1시간 가까이 원고도 없이 진행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열변이 오히려 철저히 준비된 또 한편의 공연이었다는 불신도 만만치 않다. 필자는 어느 주장이 맞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사회에는 왜 남의 주장을 믿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일까? 필자는 심리학 또는 사회학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인간에게는 상대에 대한 공격성 즉 잔인성이 내재하고 있는 것 같다. 아득한 원시시대부터 인류는 자연환경, 맹수, 외적 등 생존을 위협하는 것들과 싸우며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잔인한 공격성을 체득하게 되었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공격성은 사회에 이로운 방식으로 승화되어 왔다. 스포츠나 예술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인간에 내재된 공격성의 직접적 표출은 사라져왔지만, 그 본질까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언제든 기회가 오면 다시 분출하게 된다. 현대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연예인에게서 그 공격의 먹거리를 찾게 되고, 일반인에겐 별 것도 아닌 일도 큰 사건으로 만들어 위안을 찾는다. 일종의 집단적 새디즘(가학주의)이라고 하면 지나친 것일까?

 

15세기에서 18세기 초까지 유럽을 휩쓸었던 소위 마녀사냥이나 195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매카시즘 선풍은 집단적 새디즘 즉 인간내면의 가학적 유희를 대중을 볼모로 삼아 교묘히 이용한 예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과연 현대사회에서 연예인은 일반인들의 먹거리여야 하는가? 그들의 사생활 보호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연예인도 당연히 인간 본연의 자유와 권리를 향유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연예인은 일반 서민들의 우상, 그것도 먼 우상이 아니라 가까운 우상이다. 그래서 그들의 사생활은 상업적 저널리즘 및 인터넷의 발달과 결합되어 일상의 화제가 된다.

 

선진외국의 경우에도 인기연예인을 둘러싼 얘기가 많다.그러나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유독 심한 것 같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그들의 생활이 일반사람들과는 다른, 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때로는 절제되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은 아닐까? 연예인들이 대중적 인기와 함께 존경도 받으려면 즉, 진정한 우상이 되려면 사생활도 흠잡을 데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이중적 태도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자기중심적 잣대로 남을 재단하는 우리의 위선적 자세는 고쳐져야 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들, 내가 하면 투자고 남이 하면 투기라는 기준은 뛰어넘어야 한다.

 

이미 과거의 일로 역사에 기록된 마녀사냥과 매카시즘이 우리 의식 속에 행여 남아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되돌아보자. 잘못된 관행과 타성의 상징물이었던 공단의 전봇대뿐 아니라 우리 의식 속의 이중적 잣대도 뽑아야 하지 않을까?

 

/김성진(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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