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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 김성진

김성진(조달청장)

새 정부의 장관 후보 중에 재산문제 등으로 청문회에 서지도 못하고 사퇴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생각해 본다.

 

고위공직자의 재산에 대하여 위법이나 탈법에 관계없이 재산이 많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가? 공직도 직업의 하나로서, 정당하게 모은 재산이라면 왜 문제가 되는가? 공직은 성직이 아니지 않는가?

 

고위공직은 물론 성직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여 일반 직업과 똑같은 수준으로 보아서도 안 될 것이다. 공직이라는 업무는 부자나 가난한 자 모든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지지 못한 자의 서글픔과 억눌린 자의 억울함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람이란 자기 입장을 떠나서 생각하기가 쉽지가 않다. 따라서 고위공직이 거액의 재산가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면 이들이 세우는 정책이 국민들을 고루 대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은 고위공직자에 대해서 일반 시민들보다는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도덕적 기준을 기대한다. 그들이 모범을 보일 때 일반 사람들이 본받아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이로써 사회가 안정성을 가지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높은 사회적 신분에는 이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가 따른다는 소위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고위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이유다.

 

 

선진국의 경우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예는 쉽게 볼 수 있다. 며칠 전 언론에 영국의 찰스 왕세자의 셋째 아들인 해리왕자가 아프가니스탄 교전지에서 군복무 중인 것이 보도되었다. 이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영국에서는 전쟁이 발발하면 왕실이나 귀족이 제일 먼저 전장에 나가는 것이 오히려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부호들이 막대한 재산을 사회에 헌납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철강왕 카네기, 석유왕 록펠러,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투자왕 워렌 버펫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와 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은 현대 사회의 계층간 갈등을 해소해 주는 효과적인 길이기도 하다.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우리나라에서는 단기간의 경제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부를 증식한 기업이나 개인들의 경우 일부는 정당하지 못한 방법에 의한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또 축적한 부를 사용하는 것도 일반 사람들을 감동시켜 주는 좋은 일에 쓰는 경우가 드문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이 가진 자를 질시하기는 하나 존경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돈 있는 사람들과 권력 가진 사람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것이 일반화된다면, 이들에 대한 존경도 뒤따를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고위공직자가 재산의 축적과정에 문제가 없는 한 ‘많다는 이유’만으로 흠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 하나, 고위공직자에 대한 검증은 도덕성 등도 필요하지만, 국정수행에 대한 비젼, 업무 수행능력, 전문성 등 ‘자질’에 대한 평가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그리고 일반 국민들도 자기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 남에 대해서만은 훨씬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고쳐져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사회도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청빈(淸貧)만을 내세우는 것보다는 재산형성 과정에 흠이 없는 청부(淸富)라면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하지 않을까?

 

/김성진(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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