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 이익·성과에 집착말고 기업·기관 협력문화 형성해야
우리나라는 중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농수산물을 수입하고 있다. 중국으로 부터의 농산물 수입은 중국이 WTO에 가입한 2001년 15억 달러에서 2005년 31억 달러, 2007년 41억 달러로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FTA에 있어서도 중국은 가장 큰 시장잠재력과 기회를 가진 국가로 평가되었으나, 농업분야의 피해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제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중국은 한국 농업에 있어서 항상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국내 농업의 어려움을 방어적인 농업보호정책이 아니라 농식품 수출로 극복해보고자 하는 정책방향과 함께 중국은 농식품 수출에 있어서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진 국가로 재평가 되고 있다. 우선 중국은 단일시장으로 가장 큰 규모이며, 성장잠재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07년 현재 중국은 미국, 독일에 이어 농산물 수입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시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와 국민소득의 증가로 소비성향이 점차 고급화됨에 따라 육류와 고급 가공식품에 대한 수입이 유럽과 호주 등으로부터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멜라민파동 등으로 중국 국내 식품의 안전성 문제로 고가의 외국 농산품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중국내의 대형마트에는 유럽, 미국, 호주 농산물 전용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중국인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고가의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는 증가할 것이며, 지리적 이점을 가진 한국이 중국 소비자가 원하는 고품질·안전 농산물을 생산한다면 가장 경쟁력 있는 농산품 공급기지가 될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아시아, 특히 중국의 농식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네덜란드의 푸드벨리와 같은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전북에 조성하려고 한다. 네덜란드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작지 면적(한국: 180만ha, 네덜란드: 190만ha)과 식량자급률(한국:28%, 네덜란드: 25%)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농식품 수출 대국(식품수출 세계 2위)으로 2006년 328억불의 흑자를 기록하였다. 최근에는 세계적 농식품 클러스터인 푸드벨리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하고 있다. 푸드벨리를 통해 2006년 현재 70여개 글로벌기업을 유치하여 농식품 분야에서 460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총 생산량의 50%를 수출하고 있다. 식품 관련 산업에 약 7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이언스 파크 내 약 1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푸드벨리 성공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세계적인 산업클러스터들의 성공의 배후에는 연구개발 기관의 밀집성과 이들 기관들의 협력을 통한 혁신적인 지식의 창조가 있다. 푸드벨리의 경우도 교육연구 통합시스템인 와게닝겐 UR(Wageningen University and Research Centre)을 중심으로 한 지식인프라 구축이 가장 핵심적인 성공요인이다. 푸드벨리에는 와게닝겐 UR을 중심으로 Unilever, Heinz, Heineken, Monsanto, Grolsh 등 70여 개 이상의 글로벌 식품과학 업체와 21개의 농식품 연구기관이 밀집되어 있다. 이들 대학과 연구소들은 대면적·비공식적 인간관계를 통한 활발한 정보교환, 지식과 시설을 공유하기 위한 협력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외에도 푸드벨리가 성공한 핵심적인 성공요인으로는 인프라구축과 농식품 연구자금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글로벌 기업과의 네트워크 형성 및 제휴, 클러스터 내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한 전담기관 설치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이와 같은 네덜란드 성공요인에 빗대어 보면, 전북에 조성되는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성공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농식품분야의 가장 대표적인 연구개발 기관인 농촌진흥청과 한국식품연구원이 이전과 더불어 전북지역은 지역의 연구소와 더불어 가장 밀집된 지역이 된다. 이와 함께 식품클러스터의 조성도 지원규모 측면에서는 미흡한 점이 있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식품산업 육성을 위한 가장 대표적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푸드벨리 내의 활발한 정보교환, 공식·비공식 네트워크 활성화 이면에는 세 명만 모이면 조합을 만든다는 네덜란드 인의 상업적 기질과 협력 문화가 있다. 우리의 경우 협력보다는 과다한 경쟁이 중국진출에 장애가 되는 경우가 더욱 많았다. 유자차의 경우 중국 진입 초기에 매우 성공을 거두자, 중국 수출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가격경쟁 등으로 중국 유통망이 혼란해짐에 따라 한국 유자차가 중국의 대표적 제품으로 발전할 기회가 차단되고 말았다. 조사결과 중국에 수출하는 회사들에 유자청(재료)를 제공하는 곳은 동일한 영농조합이였다고 한다. 국가식품클러스터를 통해 전북의 농식품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물류, 저장시설 등의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기관의 유치 등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단기적 이익이나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기업들 간, 기업과 연구기관·정부기관 간의 협력이 장기적 성공의 밑바탕이 된다는 관점을 가지고 협력문화를 형성하는 데 전북 지역의 기업가들과 관계자들은 더욱더 노력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민수(전북발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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