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옥(서울대학교 평의원회 의장·경제지리학과 교수)
세계적 금융 위기로 인한 암울한 분위기속에서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말이 사회각계에서 기축년 신년인사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는 위기를 넘기는 것뿐만 아니라 위기극복 이후 새로운 발전의 기회와 희망을 안겨주어야 함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위기를 기회와 희망으로 만들 수 있을까? 소의 해에 소의 한 특징으로부터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소는 되새김하는 반추동물이다. 인간은 음식을 되새김할 수는 없지만 과거의 역사를 반추하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 되새김하는 소의 해에 지난 역사를 반추해보면 희망의 길이 보인다.
경제위기를 두 차원에서 반추해볼 수 있다. 하나는 긴 역사 속에서 산업혁명이후 주기적으로 발생한 세계 경제 불황이고, 다른 하나는 1997년 우리가 경험한 외환위기이다.
세계 경제의 긴 역사를 통해 볼 때, 경제적 불황을 극복하는 힘은 새로운 지식의 창출과 기술혁신에서 비롯되었다. 프리먼(Freeman)은 콘드라체프(Kondratiev)의 장기파동이론에 근거하여 산업혁명이후 대략 50년주기로 기술경제패러다임이 변하여 세계적 불황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보고 있다. 즉, 1차 장기파동은 1780년대에 면공장 등의 기계화를 통한 산업혁명이, 2차는 증기기관과 철도가, 3차 파동은 전기, 화학 등이, 4차 파동은 자동차, 에너지, 석유화학 등이 주도하였으며, 1980년대 이후에는 정보통신혁명이 5차 장기파동을 이끌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장기 파동의 역사를 반추해보면 우리에게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의미를 던져준다. 첫째는 불황을 극복하게 한 것은 새로운 산업의 등장이며 이는 기술혁신에 의해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불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인재의 양성과 기술개발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둘째는 이러한 기술경제패러다임의 변화로 세계경제를 이끄는 선도 지역은 계속해서 변하였다는 점이다.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출발하여 1,2차 장기파동은 영국을 중심으로 독일 프랑스 등 유럽지역이 주도하였다. 3차 파동에서 유럽과 더불어 미국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하였다. 4차 파동에서 주도적인 국가는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옮겨졌다. 5차 파동인 정보통신혁명기에 미국의 주도적인 역할은 여전하지만 이제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산업혁명 이전에 한 때 중국이 세계경제와 문화의 중심이 되었던 역사를 고려하면 세계 어느 지역도 세계경제의 영원한 주도지역이 될 수는 없다.
짧은 역사로는, 1997년 우리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반추해 볼 수 있다. 외환위기 전후에 조사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금융위기 전부터 기술개발에 중점을 둔 기업은 위기를 무난히 극복하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기술개발을 소홀히 하고 외환위기 동안에 두뇌인력을 퇴출시킨 기업은 위기 극복이후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보통신 관련 하부구조와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을 위한 투자와 벤처기업육성이 위기를 빠른 시일에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와 같이 길게는 세계 경제사와 짧게는 우리가 겪은 외환위기의 경험을 반추함으로써 위기는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만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경제 불황으로 인한 고난과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술혁신과 인재육성에 성공한 나라는 흥하였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낙후되어 왔다. 오늘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근시안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차원에서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기회로 삼아 위기를 새 희망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박삼옥(서울대학교 평의원회 의장·경제지리학과 교수)
▲박삼옥(서울대학교 평의원회 의장)
서울대학교 평의원회 의장(현)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
학술진흥재단 인문사회분야 우수학자(국가석학)(현)
세계지역학회 상임이사(현)
산업클러스터학회 회장(현)
대한지리학회 회장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지리학 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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