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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치욕의 역사 현장, 교훈으로 보존을

일제시대 수탈 시설물을 문화재로 등록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장세환의원(민주당·전주 완산을)이 대표발의한 법안이 입법으로 연결될 경우 문화재로 등록돼 있는 일제 시설물등 유산을 중심으로 근대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추진중인 군산시로서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내에는 현재 군산시 장미동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 건물을 비롯 군산 4곳과 익산·정읍시 4곳등 8곳의 일제시대 시설물이 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군산시는 이 가운데 개인소유인 일부 시설물을 시유지와 교환하거나 국비지원을 받아 매입하는등 보존을 위한 첫발을 내딛은 상태다.

 

법안을 발의한 장의원은 "일제 유물의 보호는 민족의 자존심과 긍지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대안으로 보존및 활용가치가 있는 문물은 '역사적 보존자료'로 지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일제 시설물의 보존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문민정부 시절 철거된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 최근 서울시청 일부 철거과정에서도 논란을 빚었다. 그때마다 '치욕의 역사도 역사'라는 것이 역사학계의 주된 의견이었다. 역사적 국민 감정으로야 몇번이고 지워 없애고 싶은 흔적이지만 인위적 훼손으로 민족적 자존심을 되찾으려는 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념할 것은 기념하고 오욕의 현장도 그대로 남겨야 한다는 애기다. 병자호란때 인조가 청 태종에 항복의식을 치른 역사 현장인 삼전도비(三田渡碑)를 문화재로 지정 보존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치욕과 수난 현장을 없애지 않고 교훈으로 삼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세계적으로 침탈 역사를 갖고 있는 민족은 비단 우리 만이 아니다. 그들도 기억하기 싫은 현장을 보존해 후손에게 역사로 이어주고 있다. 유대인 대학살의 장소 아우슈비츠는 지금도 그들의 자손에게 비통하고 생생한 역사를 증거하고 있다. 로마제국의 통치를 받은 북아프리카와 영국을 비롯 유럽 대륙국가 가운데 어느 한 나라도 로마제국의 유산을 아끼고 보존하는데 있어 국수주의적 고집을 부린 사실이 없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근대 건축물들은 서구문물이 유입되면서 진화된 하나의 건축표본이다. 단지 일본인들이 지었다는 이유만으로 문화재적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일제 수탈 시설물의 문화재적 가치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친 후 법안개정이 논의되는게 적절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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