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선(문학박사·전 전북대사범대학장)
"백년에 한번"의 경제위기라며 온 세계가 난리법석이다. 백년만의 위기라면 지금 살고 있는 누구도 살아생전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일 터. 그렇다면 한번도 듣도 보도 못한 그런 희한한 대책쯤 나와야 정상일텐데 백번은 들었찌 싶은 쉰내 나는 것들만 개 코에 개복숭아로 입맛 귀맛 없게 한다. 오히려 실정하고 불신 받은 정구너 일수록 "미국 때문이야"또는"세계가 다 그러잖아"핑계 삼아 일로돌진 하는 고자세 국가도 많다. 틈새에 종신집권의 개헌을 이뤄낸 차베스 같은 대통령도 있고 일본에서는 「 초당파적 거국일치내각」을 구성해 보라는 소리도 있는 모양이나 우리에겐 가당치나 한 소린가. 「반대파일소 자파일색정부」나 아니 된다면 차라리 경사겠거늘.
또 백년에 한번이라면 차라리 거꾸로 가보자는 글도 있었다. 소비자들은 저금통장을 헐어 시장경기 살리기에 돈 좀 써주고 기업들은 그동안 축적한 자산을 토해내란다. 구조정에 감원 해고 하지 말고 오히려 비정규직 종업원을 정규사원으로 채용하고 그런 기업에 정부는 왕창 조성금을 주자는 것.
문든 번개 같은 섬광이 머릿속을 내달았다. "그래, 맞다. 저런 일 할 수 있는 성품의 삶은 전북사람 밖에 없어"이렇게 국난을 맞은 듯 온 나라가 근심 걱정 불안으로 먹구름 덮였을 때 그 아픔을 인정으로 나눠 절반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정 많은 사람들은 바로 전북인 아니던가. 긴 말 할 것 없다. 6.25전쟁 때 일 하나면 된다. 그때 전북을 찾았던 많은 피난민들은 총포성 속에서도 따뜻한 전북인의 인심에 목이 메었었다. 그것이 "숟가락 한개 더 놓으면 우리 모두 굶지 않는다"는 전북인의 「비빔밥 인정」임을 그들은 떠나면서 깨달아 눈물로 감사했었다.
하지만 감사 감동은 오래 가지 않는 것. 오히려 비천과 비굴의 과거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은혜를 원수로 페인팅 하는 인간의 죄악성으로 하여 베푼 자가 거꾸로 죄인도 되는 세상 아니던가. 더구나 정치가 군화발에 짓밟히고 지역차별로 망가지고 패거리 독식에 앗기다 보니 선심과 인정이 오히려 약함되어 밀리고 제켜지고 소외되어 지내온 50여 년 낙후 세월. 이제 그 억함과 분노의 화석을 녹여 선함과 인정으로 비벼 버무린 새로운 전북혼으로 이 도산이 속출하는 한풍동토에 햇볕되고 훈풍되어 사랑의 낙원을 꾸미고 싶다. 영세업자를 위해 일부러 외식도 하고 장보기도 하노라면 업자들은 물건 값 예전대로 받고 덤도 주며 서로 감동하는 눈빛 안에 고이는 애향의 미소. 기업은 기업대로 감원을 삼가는 한편에서 일거리 나누자며 정규·비정규직이 서로 얼싸안는 감동의 향우애. 우리는 이 선하고 아름다운 인정을 바탕으로 「의롭고 정직한 새 전북인」건립운동을 긴급동의하려 한다. 전북인이 다시 설 수 있는 길은 오직 의와 정직뿐이요 믿을 수 있는 전북으로 위상 굳힐 적기가 지금이라 믿기 대문이다.
언론이 먼저 깃발을 들도 접착제를 자임하자. 대학총장을 핵으로 한 석학들의 「자선포럼」도 제도화 하고 이 언·학·종의 공동선언을 행정이 보증하여 시책에 넣자.가난은 죄가 아니요 오히려 품성과 인격을 살찌우는 보석이요 보약이니 이 경제위기를 전북인의 품성과 인격을 재건하고 소생시키는 호기로 삼자.
/이호선(문학박사·전 전북대사범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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