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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사와 의사의 같은 점과 다른 점 - 김재춘

김재춘(전 완주 동양초등학교장)

 

일선 학교에서 학습지도 요령을 이야기 할때 가끔,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예를 들어 설명할때가 있다. 다음의 두가지예는 업무가 비슷한 '교사와의사'의 같은점과 다른점을 살펴본 것이다.

 

#1. 노교사(老敎師)의 기발한 발상(發想)

 

어느노교사가 기차여행을 떠났다. 출발 직후 기관사가 안내 방송을 했다.

 

'오늘도 저희 철도를 이용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저는 여러분들을 목적지까지 편안히 모시고 갈 기관사 000입니다. 저의 운행기록은 총 몇십만km이며 운전경력은 35년입니다.…(중간생략) - 끝으로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이 되시길 바라오며, 본 기관사는 안전운행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노(老)교사는 이 방송을 듣고 다음과 같은 기발한 발상(發想)을 하게 되었다.

 

'학부모 여러분! 저는 여러분의 자녀를 1년동안 담임 맡게 된 교사 000입니다. 저의 교직경력은 총35년이며, 수업시간 총수는 3만 4천시간입니다. 저의 주특기는 00과목이며…(중간생략) - 앞으로 학부모님의 귀여운 자녀를 지도함에 있어 따뜻한 성원과 협조를 바라오며, 저는 있는 힘을 다해 사랑과 정성으로 가르칠 것을 굳게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노교사는 기발(奇拔)한 발상을 의사친구에게 들려주었더니 반응은 이러했다.

 

'야! 참 멋있는 아이디어야! 너 한번 해봐라. 학부모들의 호응이 대단하겠는 걸. 환자들은 젊은 의사보다도 경험이 많은 의사를 원하거든. 네가 만일 몸이 아파 수술해야 한다면 초년 의사보다는 경험이 많은 의사에게 맡기겠지.'

 

그러나 요즈음 학부모의 분위기로는 의사친구의 의견에 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이 많은 교사는 최신 학습지도 방법에 뒤지고 시대적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점이 다른 점이다.

 

#2. 진단?성취도 평가에 대한 해석과 활용

 

교육과정을 정상운영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가 세가지 있다. 즉, 계획?실천?평가이다. 평가는 다시 크게 두가지로 나눌수 있다. 하나는 진단평가이고, 다른하나는 성취도평가이다. 이해를 돕기위해 용어의 의미를 살펴보면, 진단평가는 학년초에 현재학년이전의 학력이 어느정도 갖추어졌는지를 알아보기위한 평가이다. 즉, 전년도 학년에 꼭 성취해야할학습능력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알아보아 그에대한 처방을 내리기 위한 평가라고 할수 있다. 또한 성취도평가는 주로 학년말에 실시하며 학년초 출발점 행동 고르기로 똑같이 출발한후, 당해 학년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나서 도달해야할 교과목표를 충실히 달성하였는가의 결과를 알아보는 평가이다. 병원 의사의 예를 들겠다. 의사는 환자를 대면하면 맨먼저 진단을 하게된다. 어디가 아프고 불편한지를 자세히 묻고 진단한후 이 환자는 어디가 병이 들었다는 판단을 내린다. 그리고 곧 바로 처방을 내리고 치료에 들어간다. 일정기간 치료한 후, 여러 의료장비를 통해서 나온 자료와 면담으로 치료전후의 차도를 확인하고 완쾌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것은 병원뿐만아니라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성취도(결과) 평가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교육행정당국에서 진단평가와성취도 평가를 가지고 평가원리의 근본목적과는 달리 석차를 매기려는데서 말썽이 되고있다.

 

그러나 병원의 의사는 환자에 대해 진단하고 처방하고 치료한 후, 어느 누가 건강이 가장 좋고 나쁘다는 석차를 매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점이 바로 교사와 의사의 평가는 서로 같되, 해석과 활용이 다르다는 점이다.

 

개인간차(개인간의능력.성격등의차이)의비교가아니라,개인내차(개인이지닌 지적.정의적.신체적 영역에서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한 평가이어야 한다.

 

따라서, 학교에서 실시하는 진단평가와 성취도 평가는 반드시 실시되어야 하되, 개인간 서열을 매기는 평가는 지양되어야 한다. 교육평가는 어디까지나 지도교사가 주관하여 학습을 진행하는 처방에 활용될 때 올바른 평가라고 할 수 있다. 경쟁을 일으켜 학생을 괴롭히는 평가는 교육평가의 기본원리에도 어긋나고 비뚤어진 처사이다. 교육행정당국도 이러한 교육평가의 기본원리를 재확인하고 재고(再考)해야 할 때라고 본다.

 

/김재춘(전 완주 동양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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