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수많은 국민들의 애도속에 끝났다. 엄숙하고 침통한 가운데 치러진 이번 국민장은 국민들의 한판 해원(解寃)식을 방불케 했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을 비롯 전국 각지에서 500만 명에 육박하는 추모행렬이 끊이지 않은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의 죽음은 그가 추구했던 가치와 발자취에 대한 공감, 그리고 인간 노무현에 대한 연민 등이 담겨져 있다고 봐야 한다. 또한 후퇴하는 것 같은 민주주의, 갈수록 어려워지는 서민경제, 나아가 현 정부에 대한 반감 등이 어우러진 것이 아닐까 한다.
대통령을 지낸 분이 퇴임후 1년여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몰아간 정치현실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차제에 일부에서 제기되는 정치보복의 악순환과 검찰개혁 등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파란만장한 삶 동안 항상 약자의 편에 선 분이다. 가난하고 힘없는 자의 친구였으며 서민들의 수호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리고 파격적인 선택을 통해 우리 시대의 부조리에 과감하게 도전했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상징하는 권위주의를 과감하게 깨뜨리는데 앞장섰다.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정경유착을 없애 기업인들을 정치자금에서 자유롭게 했다. 그리고 언론과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항상 긴장관계를 유지했다. 특히 보수언론과는 끝까지 껄끄러운 관계였다. 남북평화 정착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지역과 관련, 역점을 둔 것은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이었다. 50년 동안 중앙집권과 수도권 1극체제로 굳어진 불균형을 걷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수도권은 비만으로 허덕이고 지방은 영양실조 상태여서 이대로 갈 경우 국가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갔지만 살아있는 자들에게 많은 과제를 남겼다. 그가 이루고자 했던 가치들을 승계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들이 할 일이 아닌가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사회 양극화의 극복에 힘을 모아야 한다. 이념과 지역, 빈부, 계층, 세대간 벽을 넘어야 한다는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은 필생의 과제로 지역주의 극복을 꼽았다. 낙선할 줄 뻔히 알면서도 지역주의를 깨기 위해 부산에 몇차례 출마했다. 그런 과정에서'바보 노무현'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얻었다.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의하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도 정치개혁및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것이었다. 열린우리당 창당은 전국 정당화 및 정당 민주화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것이었으나 안타깝게 실패하고 말았다. 지역주의 망령은 3김씨 퇴장 이후 희석된 것 같지만 아직도 밑바닥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보수와 진보간 이념 갈등도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다. 보수는 지난 진보정권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폄하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정책과 자취를 지우려는데 혈안이다. 반면 진보는 보수를 수구 부패세력으로 몰아간다.
이러한 갈등은 호영남 지역주의와 겹쳐, 우리 사회가 끝없이 분열과 반목을 재생산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
이번 노 전 대통령의 사망도 이러한 구조와 무관치 않다. 이를 통합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가 밝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또한 우리가 발전적으로 계승해야 할 과제다. 전북의 경우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주공과 토공의 통합과 함께 혁신도시 사업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대신 5+2 광역경제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별개 사업으로 균형발전은 반드시 이루어야 할 최대 과제 중 하나다.
이와 함께 이제 정치권에서는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한바탕 후폭풍이 불어 닥칠 태세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는 야당대로 이번 추모물결 분위기를 유리하게 이끌어 가려 할 것이다. 현 정부는 겸허한 자세로 이번 국민장에서 화산처럼 뿜어나온 국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제 노 전 대통령은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나갔다. 원칙과 소신, 소수자의 편에 서서'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햇던 그 분은 갔다.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가치와 사랑, 배려 등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의 도리일 것이다.
조상진논설위원chosang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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