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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돈은 삶의 목적 아닌 수단이다 - 채수찬

채수찬(서울대학교·카이스트 초빙교수)

경제학의 기초가 되는 과목들을 가르칠 때 첫 강의에서 필자가 학생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경제」하면 바로 머리에 떠오르는 게 무엇이냐 하는 질문이다.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이 「돈」이다. 물론 경제원론이나 경제학개론을 들어본 학생이라면 대개 손을 들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고 답한다. 이 말은 우리가 가진 것들을 잘 활용한다는 뜻이다. 돈이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든 공통된 것은 그 것이 수단이라는 것이다. 목적은 아니다.

 

철학이 한 때 왜 사느냐 하는 질문에서 떠나 논리 자체만을 탐구했던 것 처럼, 경제학도 그 동안 가치 판단을 떠나 효율만을 추구해 왔다. 필자가 대학원에서 배운 것도 목표는 정치가 설정하고 경제학은 거기에 이르는 방법만을 연구하여 제시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정치를 실제로 해보니 여러 사람이 함께 의사결정을 하는 민주적인 사회에서는 목표 설정 자체가 쉽지 않았다. 물론 사람 마다 생각이 달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과연 사람 하나 하나가 바른 목표를 갖고 있는 지도 의문이었다. 어쨌든, 목표는 생각지 말고 수단만 생각하면 된다는 사고는 뭔가 잘못되었다. 목표에 집중하면 수단이 나오게 되어 있으나, 수단에서 목표가 나오는 법은 없다.

 

그러면 경제 활동의 목적은 무엇인가? 얼마 전 어느 분이 필자에게 감사하다고 하면서, 필자의 강연을 들었는데 그 뒤 장사가 너무 잘 된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 강연은 어느 교회의 요청으로 「기독교인의 재테크」란 제목으로 한 것이었다. 종교인을 위한 강연이어서 신학을 공부한 분에게 성서적 재화관에 대해 물어가며 강연를 준비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장사를 한다는 그 분은 경제학자의 강의가 목사님 말씀과 같아서 놀랐다고 했다. 필자가 얘기한 것은 돈을 목적으로 삼지 말고 삶의 수단, 봉사의 수단으로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장사를 할 때도 고객에게 진심으로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하다 보면 돈은 자연히 벌릴 것이라고 했다. 금융 투자를 할 때도 도박하듯 하지 말고 사람들에게 널리 이로움을 가져다 주는 기술이 있는 기업에 투자하면 성과가 좋을 것이라고 했다. 무엇이든 기본을 충실히 하면 보상은 따라 오기 마련이라는 게 오랜 세월 전해지는 교훈이다.

 

경제학에서는 경제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이 소비에 있는데 소비자는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이 효용이 무엇이냐 하는 것은 각 개인이 결정할 문제라고 보는 데, 일반적으로 물질적인 소비가 많을수록 효용이 올라간다고 본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생산이 증가하고 소득이 올라가도 불평등의 문제, 환경 문제 등 지구촌은 항상 문제 투성이다. 목표를 소득 증가 자체가 아니라 삶의 질 향상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다.

 

월가의 도를 지나친 이익 추구가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일으킨 원인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돈 많은 사람들, 대기업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 행위가 보통사람들, 중소기업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 범법 행위로 돈을 벌어도 많이 벌기만 하면 본인들이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사회적 제재도 느슨하다. 돈이 수단이 아니고 목적이 되었다. 그런데 진부한 말이지만 돈이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경제학에서는 각 개인이 효용을 극대화한다고 하는 데, 이 효용을 행복으로 바꾸면 좋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한다. 경제의 목적은 결국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채수찬(서울대학교·카이스트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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