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전북생물산업진흥원 TFT 단장)
화장(火葬)문화가 보편화 되면서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조상의 묘를 잘 쓰면 후손들이 복을 누리고 세상에 이름을 떨칠 걸출한 인재(人才)가 출현한다하여 돌아가신 조상님을 소위 명당에 모실려고 야단을 떠는 모습을 예전에는 흔치않게 보았던 것 같다. 이 같은 풍수지리를 별로 믿지 않는 사람들도 막상 자기의 부모를 여의게 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번쯤은 생각해보게 되는 소재이다.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명당의 조건은 잘 모르지만 산업 입지적인 측면에서 전북은 확실히 식품산업의 명당자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식품산업의 입지조건을 논할 때 대량소비지의 근접성, 원료의 대량공급지, 산업인프라, 문화적 특성, 정책적 요소 등이 검토되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전북은 식품산업의 최적지라 할 수 있다.
첫째, 대량소비지의 근접성 면에서 볼 때 전북은 자체 인구 약 2백만명을 비롯하여 경계선을 맞대고 있는 충남, 충북, 경남, 전남 등의 약 2천만명의 대소비지에 둘러싸여 있으며, 남북으로는 서해안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 KTX(고속철도)가, 동서로는 올림픽도로, 익산-포항간고속도로(2014년 완공 예정) 등이 전북을 중심으로 잘 발달돼있어 서울을 비롯한 기타 대소비지에의 접근 또한 용이하다. 특히 금년에 KTX의 복선(複線)화가 완공되면 서울까지 불과 한 시간 정도면 도달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원료의 대량공급적인 면에서 전북은 전통농업지역답게 지금도 지역총생산(GRDP) 중 농림산업의 비중이 11%나 되어 전국 평균 3.7%보다 3.3배나 높다. 따라서 식품기업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식품원자재의 지역내 공급이 가능하고, 농업과의 상생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식품산업이 위치하기에 매우 적합한 곳이다.
셋째, 산업인프라 면에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방사선과학연구소, 안전성평가연구소 등 국책연구기관을 포함하여 17개의 식품관련 R&D기관이 이미 소재해 있고, 2012년까지 한국식품연구원, 농촌진흥청 등 6개의 국책연구기관이 전주완주혁신도시에 추가로 이전해올 경우 전국 최고의 식품R&D기반 인프라를 보유하게 되어 식품산업을 조기에 활성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게 된다.
넷째, 문화적 특성 면에서는 전북은 '맛의 고장'으로 불릴 만큼 전통식품을 중심으로 한 식품산업이 잘 발달해있다. 음식에 적당한 자연환경은 일찍부터 밥과 떡류는 물론 김치, 장류, 젓갈, 장아찌, 술, 식초류 등 발효성 가공식품을 발전시켜 전북을 자연스럽게 맛의 고장으로 만들어주었다.
끝으로 정책적인 면에서도 전북은 일치감치 식품산업을 핵심 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면서 다른 지역과 차별화를 시도해왔다. 여기에 현재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조성되고 있는 새만금지역이 농업원료의 생산기지로 활용되고, 농식품수출 전용부두와 국제 항공화물 기반을 갖출 경우 전북은 국제경쟁력을 갖춘 식품산업 수출기지로 도약하게 된다.
이상과 같은 사실만으로 전북을 식품산업의 입지로서 전혀 손색이 없는 최적의 장소, 즉 식품산업의 명당이라 말한다면 지나친 과언일까. 지금까지 수수만년을 식품산업을 위해 준비되고 아껴두었던 땅 전북은 이제 국가식품클러스터라는 전북의 신성장동력사업이자 우리나라 식품산업의 견인차가 될 걸출한 산재(産才)를 배태(胚胎)함으로써 서서히 그 웅장한 자태를 세상에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리라 상상해본다.
문화와 과학과 디자인 등이 어우러져 입주기업과 방문객 모두에게 만족을 주며, 선진R&D기술로 4조원의 생산유발과 2만2천여명의 고용을 만들어내고, 향후 동북아식품시장의 허브(Hub)로서 세계식품시장을 호령할 명품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성공적인 탄생은 이제 전북과 정부의 정성어린 태교(胎敎)에 달려있다.
/이영주(전북생물산업진흥원 TFT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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