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풍년기원 행사
겨우내 닫혀있던 거대한 수문이 일제히 열렸다. 시원스럽게 쏟아져 내린 물줄기는 거미줄처럼 얽힌 수로를 통해 호남평야 구석구석으로 흘러든다.
한국농어촌공사 동진지사는 지난 4월20일 정읍시 태인면 낙양리 동진강 본류를 가로막은 수리시설 '낙양취입수문'에서 '백파 통수식(백파제·百派祭)'을 열었다. 대규모 수리시설의 수문을 열어 농업용수를 내보내는 통수식은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다.
백파 통수식은 1927년 낙양취입수문 준공 이후 올해가 여든 세번째다.
'일원종시백파(一源從是百派)'. 한 줄기의 물이 백 갈래로 퍼져 광활한 농경지를 고루 적셔준다는 뜻으로 동진강 낙양취입수문옆 언덕(낙양동산)에 위치한 기념비의 문구다.
낙양취입수문 준공(1927년 5월)과 함께 세워진 이 기념비는 벼농사에서 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거미줄처럼 연결해놓은 수로(水路)의 역할을 널리 알리는 상징물로 관리되고 있다. 그리고 백파 통수식의 명칭은 이 기념비의 문구에서 유래됐다.
전국 곳곳의 농업용 수리시설에서 봄철 일제히 통수식이 열리지만 가장 주목받는 행사는 역시 곡창 호남평야 농경지에 물꼬를 트는 백파 통수식이다.
급수면적이 상대적으로 넓고 한반도 벼농사의 상징 공간이라는 점에서 매년 백파 통수식에는 물관리 기관은 물론 정치계와 자치단체 등 각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 풍년 농사를 기원한다. 10여년전까지 전통 제례(祭禮)에 따라 행사를 치렀지만 최근에는 그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통수식은 대개 4월 중순께 열린다. 그러나 기상여건과 옥정호(섬진강댐)의 저수량·농업용수 수요 등에 따라 해마다 그 날짜는 달라진다.
한국농어촌공사 동진지사 관계자는 "섬진강댐 수자원을 활용하는 농어촌공사 정읍·부안·동진지사가 매년 해당 지역 농민들과 상의해서 통수식 날짜를 정한다"면서 "2009년 봄에는 극심한 가뭄으로 옥정호 저수량이 너무 적어 평년보다 한달 늦은 5월 중순에 통수식을 열었다"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통수식과 함께 물관리상황실을 운영, 9월말 수문을 닫을 때까지 약 6개월동안 영농급수 계획을 추진한다.
김종표기자 kim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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