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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강, 생명의 길을 묻다] ⑩하천생태계①-상류의 물고기

수심·자갈·모래 등 환경 갖춰 생물 다양성 높아…배스·블루길 등 외래종 확산, 토종물고기 위협

동진강 상류인 정읍시 옹동면 산성리 구간. 수질 등 생태환경이 양호해 다양한 토종 물고기들이 서식하고 있다. (desk@jjan.kr)

어릴 적 기억 속 동진강 상류 동구내에서는 물고기가 물 밖으로 뛰어올랐다. 모내기를 마친 반듯한 논들이 진초록으로 물들어가고 멱 감으러 가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잦아질 무렵이다.

 

뭉게구름을 담은 푸른 강물위로 날개를 편 물고기들이 작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고 있었다. 그것은 해질녘 물위에 산란하는 하루살이를 잡아채기 위해 뛰어오르는 피라미와 분명히 달랐다. 강가에 사는 친구들은 그 물고기를 날치라 불렀다.

 

"그렇게 날 정도의 민물고기는 없는데…." 함께 답사 온 윤창호 박사(우리물고기연구소장)가 고개를 저으며 하는 말에 "아 그때는 있었다니까요." 라며 우겨본다. 적어도 강을 끼고 살았던 우리의 기억에서 동진강은 물고기가 지천이었다.

 

"어류학자 눈에는 재미가 없는 하천이예요. 일찍이 농업용수로 이용되다 보니 제방과 보로 인해 수변이 단순해지면서 자연적인 하천의 모습을 많이 잃었기 때문이죠." 인위적인 간섭이 지나치다 보니 물고기의 종다양성도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윤박사의 말이다. 그래도 동진강 상류인 정읍시 옹동면 산성리 일대의 물환경은 최적이라고 덧붙인다.

 

오목내라 불리는 이곳에는 30여종이 넘는 날도래와 하루살이를 비롯한 수서곤충의 유충들, 그리고 재첩·다슬기·물달팽이·플라나리아 등이 돌 위의 부착조류를 먹잇감으로 하며 서식한다. 대형 무척추동물을 이용한 생물 등급이 A로 환경생태는 최적이다. 이들은 또 물고기의 먹이가 되다보니 자연히 서식하는 물고기 종도 많다.

 

 

정읍시 칠보면 시산리, 섬진강수력발전소 인근의 동진강 상류. 섬진강댐(옥정호)의 풍부한 수자원이 동진강으로 쏟아져 나오는 곳이다. (desk@jjan.kr)

 

 

2006년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 의하면 동진강 상류에는 우점종인 민물검정망둑, 피라미, 갈겨니를 비롯해 약 30종의 어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200여종의 물고기 가운데 고유종은 50여종에 이른다. 쉬리, 눈동자개, 줄납자루, 칼납자루, 돌마자, 동사리, 각시붕어 및 몰개 등이 이 일대에 사는 고유종이다.

 

이 구간은 물의 흐름이 빠른 여울과 수심이 깊은 곳, 자갈이 많이 깔린 곳과 모래와 뻘이 쌓인 곳이 있어 다양한 물고기가 살아가기 좋은 여건이어서 생물다양성이 높다는 게 윤박사의 설명이다.

 

수박 향 나는 은어도 많다. 도수로를 통해서 내려온 섬진강댐 육봉은어로 보인다. 연안에서 월동하다가 하천에서 성장하고 다시 하구에 가까운 여울에 산란하는 것이 본래의 습성이지만 댐 건설로 인해 강이 막히면서 내륙 생활에 적응한 녀석들이다.

 

줄종개와 왕종개, 섬진강자가사리는 인위적인 물길 유입으로 하천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종이다.

 

줄종개와 왕종개는 섬진강에서 서식하는 종이다. 그러나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섬진강댐을 만들고 그 물을 동진강으로 돌리면서 섬진강 특산종이 정읍천 합류지점까지 넓게 분포하게 된 것이다.

 

하천 생태계의 무법자 배스와 블루길도 어김없이 눈에 띈다. 양식용으로 도입했던 외래종들이 인근 하천으로 확산된 것이다. 배스는 섬진강댐에, 블루길은 내장저수지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특히 배스는 새우 등 갑각류와 수서곤충, 토종 물고기의 치어는 물론 다자란 물고기까지 모조리 먹어치운다. 따라서 배스가 득세하는 곳은 하천의 생물 종다양성이 감소하고, 자정기능을 떨어뜨려 수질이 나빠진다.

 

동진강은 정읍시 신태인읍 신양동 구간을 지나면서 물고기의 종수가 줄어든다. 물을 대기 위한 보(洑)들이 많아 유속이 느려지고, 둔치 내 경작지에서 흘러나온 비료와 농약으로 인해 수질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에 서식하는 물고기는 모두 15종이며 대부분 오염 내성종이다. 산성리 구간에서는 누치, 배스, 블루길, 잉어 및 피라미 등 5종이 오염 내성종으로 확인된 반면, 신양동 구간에서는 끄리, 동자개, 떡붕어, 메기, 몰개, 미꾸라지, 배스, 버들매치, 붕어 등 12종이 오염 내성종으로 나타났다. 붕어는 우점종으로 확인되었으며, 우점비율은 37%로 높았다. 한국 고유종은 돌마자, 칼납자루, 몰개, 동사리 등 4종으로 줄었다.

 

2007년 국립수산과학원 중부내수면연구소의 동진강 생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동진강 유역 8개 지점에서 채집된 어류는 총 74종이다. 잉어과가 30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망둑어과가 9종, 미꾸리과가 6종이었다. 이중에 20종은 우리나라에만 출현하는 고유종이었다.

 

일제강점기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인위적인 간섭과 생태계 교란 요인이 있었으나 여전히 동진강의 생태계는 어느 강 못지않게 건강하다. 하지만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새만금 사업으로 하구가 막힌 상황에서 기수역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 공동기획: 만경강 생태하천가꾸기민관학협의회·정읍의제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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