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에 제수문·보 설치…마구잡이 어로행위
2월 하순에서 5월 초순까지 동진강 하구의 주인공은 실뱀장어다. 어민들은 갯골에 자리를 잡고 고래등처럼 펼쳐진 자리그물을 내린다. 하룻밤 사이에 논 몇 마지기를 벌기도 했다는 일확천금의 꿈도 그물처럼 부풀어 오른다. 실제 실뱀장어가 금값과 맞먹던 시절도 있었다.
어민들이 만나는 실뱀장어는 멀리 3000km나 떨어진 필리핀 인근의 아열대 해역에서 쿠로시오 해류와 쓰시마 해류를 타고 본능에 따라 동진강으로 온 녀석들이다.
머나먼 여정을 거치면서 댓잎처럼 납작하게 부화했던 댓잎뱀장어는 원통형으로 바뀌며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실뱀장어가 된다.
그렇게 일 년 남짓 먼 길을 돌아 동진강 하구에 당도했다가 상류로 올라가지 못하고 잡힌 5~7㎝ 크기의 실뱀장어들은 양식장으로 팔려간다. 여전히 인공부화가 불가능한 탓이다.
예전 같으면 족히 4~5년은 되어야 크게는 1m 남짓 자라지만 양식장에서는 다져 익힌 고기 사료로 불과 1년이면 성체로 자란다. 어획량이 크게 줄어든데다 보양음식으로 뱀장어의 인기가 높다보니 실뱀장어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러나 강에 제수문과 보(洑)가 잇따라 설치되면서 서식지가 줄고 마구잡이 어로행위로 인해 바다로 알 낳으러 가는 뱀장어가 크게 줄었다. 강 하구를 찾는 실뱀장어 역시 급감했다.
그나마 새만금 방조제가 막히면서 실뱀장어 조업은 한 시절의 꿈이 되고 말았다. 불과 수년만의 일이다. 아직도 방조제 수문을 드나드는 바닷물에 의지해 실뱀장어 그물을 내리는 배도 있지만 빈 그물이기 일쑤다.
시민환경연구소의 2006년 조사에 의하면 새만금 연안의 연평균 수산물 생산액은 2,400억원. 그 중심에 실뱀장어가 있었다. 대부분 현금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지역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최근 수산물 생산액은 당시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수산물 값은 오르고 어민들의 소득도 줄었다.
갈대만 무성한 하구 갯등과 기능을 상실한 포구에 버려진 폐선처럼 동진강 실뱀장어의 앞날도, 어민들의 앞날도 쓸쓸하고 답답하다.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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