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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강, 생명의 길을 묻다] (19)강과 축제

강변 꽃그늘에 모인 들녘사람들 신명의 잔치

강이 출렁거리는 만큼 그 주변도 흥성거린다. 동진강도 그만의 운치가 있다. 매년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힐 무렵 축제는 때맞춰 열리고,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몰려든다. 활짝 피어난 꽃들처럼 환한 웃음이 넘쳐나는 동진강가의 축제들. 온갖 꽃들이 꽃빛깔로 무지개 서고, 풀잎마다 가지마다 한 세상 누리는 꽃술들이 여한 없이 황홀하다.

 

옥정호 구절초 축제 (desk@jjan.kr)

축제 특유의 제(祭)와 전통국악 공연, 초청가수의 공연, 농수산물과 향토음식 판매, 백일장과 사생대회·사진공모전 등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지치지도 않고 이어진다. '군민의 날'이나 '면민의 날'식의 행사들은 노래자랑과 장기자랑, 푸짐한 경품 추첨행사가 전체 프로그램의 맨 윗선에 있다. 건강한 농산물을 바탕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수확의 기쁨과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는 축제이며, 지역 주민과 함께 어울리면서 시골의 훈훈한 정을 듬뿍 담아 갈 수 있는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다.

 

▲ 봄 축제

 

눈처럼 하얗게 날리는 꽃잎, 밤이면 강에 띄운 그림자 꽃들과 어울려 운치를 더하는 벚나무들의 풍광. 원평천이 시작되는 김제 금산사 입구와 정읍을 관통하는 정읍천변의 벚꽃들은 매년 봄 쌀밥같이 허연 꽃무더기를 흩날린다. 햇살이 비치는 낮도 그렇지만 어슴푸레한 달빛이 스며든 밤은 더 황홀하다.

 

 

김제 지평선 축제 (desk@jjan.kr)

그 무렵 정읍천의 지류인 정우면 정읍시농업기술센터에서도 꽃잔치가 벌어진다. 정읍 자생화축제가 알리는 봄의 절정. 할미꽃, 앵초 등 정읍의 자생화 200 여 종을 비롯해 광릉요강꽃, 복주머니란, 히어리, 동강할미꽃, 노랑할미꽃, 파초일엽 등 흔히 볼 수 없는 희귀 자생화들을 만날 수 있다. 모악산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진달래의 진분홍 물결도 수수하지만 매혹적이다.

 

꽃소식에 실려 문화예술축제들도 기지개를 켠다. 수많은 축제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동진강의 봄은 어디나 축제 준비로 분주하다. 수십 만 명의 관광객이 몰릴 만큼 규모가 크고 화려한 것부터 수백 명에 불과한 소박한 것까지 축제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행사만 해도 어림잡아 십여 개를 훌쩍 넘는다. 종류도, 색도 가지가지다.

 

황토현에서 동학농민군의 넋을 기리며 전라도 '민의 혁명'의 의미를 다시 새길 정읍 황토현동학축제는 5월을 한층 성숙하게 한다. 황토현은 동학농민혁명 당시 최초의 농민군 전승지. 1967년부터 시작된 이 축제는 황토현숙영캠프, 황토현청소년축전과 체험놀이마당, 갑오선열 위패봉안례, 전국농악경연대회, 황토현동학축제기념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있는 소중한 역사체험장이다. 축제는 정읍 온 동네를 휘감고 열린다.

 

 

 

 

정읍 피향정 문화축제 (desk@jjan.kr)

넉넉한 힘과 넉살을 가진 황소들이 콧바람을 일으키는 전국민속소싸움대회도 황토현의 봄나들이에 한 몫을 한다. 매 경기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소들의 한판승부. 1996년 첫 대회가 열렸으며, 1998년 전국대회를 거쳐 2003년부터 정부가 인정하는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되었다.

 

▲ 가을 축제

 

축복이 담겨 있는 인자한 가을볕. 가을 산은 섬세하고, 강은 힘차다. 가을 들녘은 한없이 풍성하다. 마음이 넉넉해진 사람들은 한데 모여 복과 흥을 나눠 갖는다.

 

신과 자연의 보살핌과 존재의 귀함을 일깨우는 가을. 우리 민족은 신명나게 놀기 위해 하늘에 제(祭)를 지냈다. 그 제는 한 해의 고단함을 털어내는 풍성한 가을축제로 분해 우리에게 손짓한다. 수확의 계절인 만큼 내용도 다채롭고, 인심도 후하다. 높고 푸른 하늘 아래 물들어가는 오색 단풍과 수수한 들꽃에 눈이 호강하고, 따사로운 햇살에 잘 영근 과일은 입안에 침을 괸다.

 

끝없이 펼쳐진 들녘. 하늘과 맞닿은 들의 넉넉한 미소. 황금물결 넘실대는 들판을 거닐면 동양화 속 주인공이 부럽지 않다. 호남 최대의 곡창지대와 한국에서 유일하게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평선을 바라볼 수 있는 김제의 지평선축제는 상상만으로도 상쾌하다. 농경문화체험을 테마로 한 지평선축제는 김제의 자연환경과 그곳에서 생산되는 쌀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가을 원평천이 안고 흐르는 벽골제에서 열린다. 농경문화와 한국의 전통생활을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대한민국 최우수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되기도 했다. 축제가 시작되면 김제의 들녘 곳곳에서는 다양한 허수아비들이 먼저 행인을 반긴다. 벽골제 제사와 쌍룡놀이를 시작으로 입석줄다리기, 벼 베기, 단야낭자 손인형극 및 동화구연, 선비문화체험, 새총활쏘기, 용오름전시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허수아비들을 쫓아가면 황금벌판 우마차 여행과 벼 추수 체험, 메뚜기 잡기, 가마니 짜기, 새끼 꼬기, 허수아비 만들기, 연날리기, 짚으로 만든 공예품 등 농경문화와 관련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동진강의 발원지로 언급되는 내장산에서는 내장산단풍부부사랑축제가 열린다. 유일하게 전해지는 백제가요 「정읍사」에 담긴 여인의 숭고한 사랑을 다시 떠올려보기 위해 마련한 이 축제는 부부사랑 추억여행이다. 사랑의 단풍엽서, 단풍나무 소원지, 단풍잎 책갈피, 단풍 페이스페인팅, 단풍잎 물들이기, 단풍미인쌀 체험 등 6종의 단풍체험과 백제 왕관, 백제 도깨비가면, 수제천 연주, 전통혼례, 정읍사 목판 등 5종의 백제문화체험이 특색 있다.

 

오색 단풍과 국화향이 어우러진 내장산의 가을. 내장산 국화축제는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식 정원'을 테마로 11만여 점의 국화작품을 전시해 단풍객들의 걸음을 단풍보다 먼저 잡아챈다. 농특산물 장터와 토속음식 코너, 국화차 시음장도 운영된다.

 

가을이 깊어지면 동진천이 흐르는 정읍 칠보면 무성리 원촌마을은 새하얀 선비로 옷을 갈아입는다. 호남 유교문화의 산실이자 정읍 태산선비문화의 중심지인 무성서원에서 '태인고현동향약'(泰仁古縣洞鄕約·고현은 칠보의 옛 이름)을 재현하는 최치원태산선비문화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1999년부터 고현향약의 의전이었던 혼례·상음례·계례·관례 등 선현들의 전통의식을 재현해 온 이 행사의 대표 프로그램은 도포와 갓, 망건 등 전통의관을 갖춘 지역 유지들의 고유제와 향음주례, 전통혼례. 특히 향음주례는 동민(洞民)들이 향약을 권하고 술을 마시며 즐기는 것으로 상호친목을 다짐으로써 쟁송하는 일이 없고 예의를 숭상하는 미풍양속을 길렀다.

 

피향정문화축제 역시 선비 문화를 앞세운 축제다. 취타악대를 선두로 200여 명의 퍼레이드를 비롯해 신임 태인현감 부임행차 재현, 태인현감 부임 축하연, 육방놀이, 유교경전강의 등 색다른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어르신 섬김 행사를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축제의 의미는 넘친다.

 

청명한 가을햇살, 정읍 산내면 옥정호구절초테마공원은 산비탈 전체를 가득 채우듯 구절초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난다. 그 군락은 매년 구절초축제를 열리게 한다. 순백의 구절초가 하얗게 뒤덮은 송림은 걷기에 더없이 좋고, 무리지어 핀 구절초를 보면 늦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대표 프로그램은 클래식 음악회. 자연과 조화를 이룬 수채화 같은 무대, 감미로운 음악선율은 가을로 한 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는 낭만적인 시간이다.

 

/최기우(극작가·최명희문학관 기획연구실장)

 

※ 공동기획: 만경강 생태하천가꾸기민관학협의회·정읍의제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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