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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행운은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

한기봉(대한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 사무처장)

 

30년 가까이 금융기관에 근무하던 선배로부터 들은 애기다. "주택복권에 당첨된 사람을 여럿 알고 있는데 지금 잘 살고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좀 엉뚱한 얘기지만 일본에서 지진과 쓰나미로 원전사고가 나자 국내 언론은 앞다투어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감탄했다. 반면 중국에서는 요드제와 심지어 소금까지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대비해 보도했다.

 

'생필품 사재기'는 우리 나이 정도 되면 익숙한 말이다. 군사정권 시절 정치적 위기 상황마다 어김없이 '북풍'이 불어왔고 그 때마다 개혁, 진보, 민주를 주장하던 세력의 목소리는 사그라들고 정권의 나팔수들은 '국가안보'를 힘차게 외쳐댔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부유층의 생필품 사재기가 단신으로 보도되곤 했다. 그래서 일본인들의 원전사고에 대한 차분한 대응은 경이롭고 한 다리 건넌 중국인들의 호들갑이 오히려 의외였는지 모른다.

 

그 같은 판단의 근저에는 우리 사회의 성숙함에 대한 약간의 자신감도 배어 있으리라. 왜냐면 천안함 침몰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때도 사재기는 없었으니까.

 

필자는 북풍의 '약발'이 안 먹히는 이유를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양치기 소년의 실체를 파악한 기성 세대의 깨우침과 전쟁에 대한 공포심이 약한 신세대의 새로운 가치관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 두 가지 현상이 가지는 의미는 곱씹어 볼만 하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던가? 과거 6·25를 경험한 세대가 '전쟁발발 가능' 어쩌고 할 때마다 경기하듯 놀랐던 것도 문제거니와 '여차하면 한판 붙자'식의 전쟁관도 문제다. 전쟁은 결코 '여차하면' 한판 붙어보는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행히 기성 세대의 빨갱이 신드롬은 세월이 흐르면서 약화되는 듯하다.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요소는 전쟁과 자연재해 말고도 많다. 그중 필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하나가 교통사고요, 또다른 하나는 경제난이다. 해마다 수만명이 교통사고로 죽고 다치는데도 우리 사회는 교통사고에 의외로 무신경하다. 과거 우리의 부모님들은 차가 별로 많지도 않았는데도 자식이 집 나설 때는 항상 '차 조심하거라'하고 당부하곤 했다.

 

광우병, 조류독감 등 현존 가능성이 낮은 위협에 대하여는 지나치게 민감하면서도 실재하는 위험에 대하여 무심한 현상을 필자는 이해할 수 없다.

 

교통사고가 일상화된 위험이라면 주기적으로 되풀이되고 있지만 체감지수가 낮은 위험이 경제난이다. 필자가 기억하는 경제대란만 해도 1972년의 8·3사채동결 조치, 1973년 1차 오일쇼크, 1979년 2차 오일쇼크, 1997년 외환위기, 2006년 금융위기 등이 있다. 그때마다 수 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엄청난 수의 근로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렸으며 그들의 가정이 풍비박산났다.

 

'진취적' 경영을 표방하며 무주리조트를 건설한 S그룹, 엄청난 부동산으로 차입경영을 하던 S주정, 이익잉여금을 활용하여 제 2항공사를 만들고 대우건설을 인수한 K그룹 등이 모두 이 시기에 도산했다.

 

흔히 '건설업은 한방이 있다'고들 말한다. 고생고생 하다가도 제대로 된 공사 몇 건만 건지면 한 재산 번다는 말이다. 필자도 그런 기업가를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 중 상당수가 너무 행운을 믿은 탓에 무리한 사업확장을 하다 잘못되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다. 주택복권(옛날엔 로또가 없었다)에 당첨되고도 못사는 이유다. 행운은 겹쳐오지 않는다. 또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 조심 또 조심할 일이다. 기업의 도산은 기업가 개인의 불행임과 더불어 수많은 근로자들과 그 가족의 불행이고 사회적 손실이기 때문이다.

 

/ 한기봉(대한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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