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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개미와 베짱이

한기봉 (대한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 사무처장)

 

1960년대 필자가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매주 저축의 날이 있었다. 이 날에는 액수에 관계없이 꼭 저축을 해야 했다. 학교에서는 저축할 돈을 가져오지 않은 학생을 집에 돌려보내 돈을 가져오도록 했다. 저축할 여유가 없는 가정이 대부분이던 시절 학생들은 빈병과 폐지를 모아 저축할 돈을 마련하곤 했지만 이나마 쉬운 일이 아니었다. 버려지는 빈병이나 폐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초등학교에 분실물이 넘쳐난다는 얘기는 뉴스거리도 못된다. 심지어 패스트푸드점 주변에서는 먹던 아이스크림과 빵조각이 버려진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0여년전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거리에는 수만명의 노숙자가 넘쳐났다. 지금 그들은 최소한 노숙상태는 면한 것 같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IMF이후 파탄난 개인과 가정을 최소한의 수준으로나마 구제한 주요 경제 주체를 가족과 친족공동체로 분석한다. 국가경제 운용의 실패로 피해를 본 국민을 구제한 주체는 국가도 아니요, 기업도 아니고 우리나라에만 특이하게 존재하는(구미 선진국에 비해 결속의 정도가 강한) 친족공동체였다는 것이다. 그들이 그 같은 위대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저축을 통해 마련해 뒀던 경제력 덕분이었다.

 

그런데 최근 국민경제의 기둥인 가계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조차 향후 한국경제의 위기는 가계부채의 급증으로부터 비롯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불과 10여년만에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가? 필자는 또 다른 정부정책의 실패에서 원인을 찾는다. 외환위기 당시 내수를 진작한답시고 거리에서 학생들에게 신용카드를 나눠주다시피 하여 소비를 부추기고 위험한 기업에 대한 대출보다는 건전한 가계에 대한 대출을 늘려왔던 금융기관이 가계를 부실화 시킨 주범이고 그 이면에는 정부와 기업이 있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공적자금 투입으로 회생한 카드사는 또다시 서민을 상대로 고리대금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은행은 빗장을 걸어 잠근 채 저축은행이네, 카드사네, 캐피탈이네 하는 고리 금융기관을 인수하여 간접대출로 고율의 이자 챙기기에 급급하고 있다. 이들 고리 금융기관들은 TV를 통한 대출광고에 이어 문자메세지, 휴대전화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대출세일을 하고 있다.

 

이제 가계부채 1천조 시대가 곧 도래할 모양이다. 이는 정부, 기업을 포함한 국민총생산액 1년분에 해당하는 금액이며 대략 18%로 추산되는 저축률의 5년반치에 해당한다. 더 큰 문제는 가계부채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중산층의 몰락과 빈곤층의 증가 내지는 고착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국민들이 살아남을 길은 단 한가지, 정부나 기업을 믿을 게 아니라 오로지 스스로 근검절약하고 저축하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대졸 실업자가 1백만명을 넘어서고 그들의 부모들은 알뜰히 모은 재산으로 지금도 자식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 젊은 엄마들은 자식의 앞날이 뻔히 보이는 데도 유치원부터 피아노야, 수영이야, 영어학원이야 난리다. 원룸 살면서 자동차는 번쩍번쩍해야 하고 차값 보다 비싼 카오디오도 쉽게 눈에 띈다. 정말 이래서는 안된다.

 

이자는 깊은 밤이나 공휴일에도 쉬지 않고 일한다(늘어난다). 미국의 유명한 투자가 존 템플턴은 "맨해튼을 24달러(의 물건)에 판 인디언들이 이 돈을 매년 8%의 수익률을 올리는 금융상품에 투자 했으면 지금 맨해튼을 수백개 살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자를 내는 쪽보다 받는 쪽이 되자. 이솝우화의 '개미와 베짱이'가 주는 교훈은 5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 한기봉 (대한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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