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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삼포(三抛)세대와 반값 등록금

류홍진 (건지소프트 대표)

 

최근 들어 '삼포(三抛)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다음 세대를 완전히 포기한 요즘 세대를 한마디로 정의한 단어다. 불안정한 일자리, 학자금 대출상환, 기약 없는 취업준비, 치솟는 집값 등 과도한 삶의 비용으로 인해 청년들은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거나 기약 없이 미룬다. 가족 구성에 필요한 통상적인 세 단계를 포기한 이른바 '삼포(三抛)세대'의 출현은 복지 부재의 사회에서 전통적인 가족 형성의 공식이 와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생시절에는 치솟는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다 보니 연애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졸업해서는 설령 높은 취업의 벽을 넘는다 해도 학자금으로 대출받은 돈을 갚느라 저축은 포기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집값은 물론 전세자금 마련조차 힘들고 결혼은 당연히 할 수 없고 출산은 말할 것도 없다.

 

페이스북의 창업자는 대학생이었다. 청년들의 실험과 도전에 대해 성패 여부를 떠나 믿고 지원해 줄 수 있는 더욱 성숙된 제도와 문화가 필요하다. 전북이 '한국에서 청년들이 상상의 날개를 펼치기에 가장 환상적인 도시'라는 소문이 났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보여 온 전라북도의 기업유치를 위한 노력에는 전북 토종기업이 아니라 외부의 기업을 유치해서 전북에 자리잡도록 하겠다는 사고가 지배적이다. 키우기에는 시간이 없으니까 다 큰 놈을 데려오겠다는 생각이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수의 99%, 전체 근로자의 88%를 떠맡고 있지만 우리 경제의 대기업 의존도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에 있다. 국가적으로 산업의 양극화와 고용없는 성장을 극복하는 방법은 중소벤처를 육성하는 것 외엔 없다. 중소벤처야말로 일자리 창출의 보고다. 그러나 삼포세대가 출현될 정도로 양극화 현상은 더욱 커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방법은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어 중소기업의 피해는 갈수록 커질 것 같다.

 

과거에는 연령대별로 주어진 삶의 시나리오가 있었고 연령대에 맞춰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기획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시나리오를 뒷받침해주던 사회경제적 구조가 붕괴되고 있다. 삶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삶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에서는 높은 등록금을 감당하느라 불안정 노동자와 학생 사이의 경계를 오가고, 졸업 후에도 실업자와 비정규직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 삶을 안정적으로 예측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최근 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촛불시위가 그칠 줄을 모른다. 반값 등록금 공약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나왔지만 시행되지 않았다. 사학재단이 막대한 돈을 쌓아 놓고도 대학 등록금을 매년 인상하고 있는 이유는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학생들이 제기하는 반값등록금 현실화 문제는 동감하며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부실대학 퇴출 및 통폐합 등 대학 구조조정 문제이다. 상당수 사립대들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의 육성·배출이라는 대학 본연의 역할과 자세를 포기한 지 오래다. 전국 대학 중 신입생 충원률 80% 미만인 대학이 52곳이나 될 만큼 신입생 유치가 어려워지자, 외국인 유학생을 마구잡이로 유치하는 등 '학위 장사'에 열중하는 대학도 많다.

 

이처럼 반값등록금 촛불집회가 갈수록 사회적 이슈로 자리잡고 있는 시점에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고등교육법 개정안등 '반값등록금' 정책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을 6월 국회 중에 일괄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앞으로 반값등록금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젊은 청년들이 살맛나는 세상을 위해 기성 세대들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안 중에 하나임은 틀림없다.

 

/ 류홍진 (건지소프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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