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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닮아가는 지상파 TV

지상파와 케이블 TV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가 인기 케이블 프로그램의 포맷을 변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역할도, 시청층도 다른 두 매체 간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는 것.

 

이를 두고 방송 역시 유행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일뿐이란 동정적 해석도 있지만 방송 문화를 선도해야 할 지상파 방송사들이 단기간의 이익에 급급해 '베끼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위탄' 부터 '빅토리'까지..케이블을 닮은 지상파 = 지상파와 케이블 TV 간 경계가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한 건 이른바 '오디션 열풍' 직후다.

 

지난해 하반기 방송된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가 연일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자 경쟁사들은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쏟아냈고 지상파 방송사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곳이 MBC다. MBC는 '슈퍼스타K2'가 한창 인기를 끌던 지난해 9월 비슷한 포맷의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을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MBC는 "'위대한 탄생'은 '슈퍼스타K2'가 화제가 되기 전인 1월(2010년 1월)부터 준비한 프로그램"이라며 '슈퍼스타K2'를 따라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ARS와 UCC를 이용한 참가 신청부터 시청자 문자투표까지 많은 부분에서 '슈퍼스타K2'와의 유사성을 드러내며 '짝퉁' 논란에 시달렸다.

 

올해 6월 방송된 SBS의 파일럿 프로그램 '온에어' 역시 짝퉁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 프로그램은 달리는 택시 안을 무대로 한 버라이어티쇼라는 점, MC 두 명이 직접 택시를 운전한다는 점 등에서 케이블 오락채널 tvN의 인기 프로그램 '현장토크쇼 택시'를 따라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다음주 첫선을 보이는 SBS '다이어트 서바이벌 빅토리' 역시 도전자들이 수개월 간 합숙하며 '살과의 전쟁'을 벌인다는 점, 그 과정에서 팀별·개인별 미션을 수행해 거액의 상금을 받을 우승자를 뽑는다는 점에서 스토리온의 '다이어트 워' 시리즈와 흡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방송 역시 유행에서 자유롭지 못할뿐" = 지상파 방송사들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패션에 유행이 있듯 방송에도 유행이 있을뿐인데, 이를 두고 '베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

 

'빅토리'를 연출하는 SBS 공희철 PD는 21일 "다이어트 서바이벌은 그 소재의 특성상 전문 트레이너와 의료진이 상주하는 훈련장(합숙소), 미션 대결 등의 장치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면서 "전 세계의 수많은 다이어트 프로그램들이 사용하는 장치를 우리도 사용한다고 해서 그걸 '베끼기'라고 할 수는 없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빅토리'는 체중 감량에만 초점을 맞춘 기존 다이어트 프로그램과는 달리 도전자의 '인생 역전'에 중점을 뒀다. 미션 역시 도전자의 자신감 회복을 돕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면서 "일단 방송을 보시면 '다이어트 워'와는 다른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아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주대 영상광정보공학부 배진아 교수 역시 지상파의 케이블 포맷 변용을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배 교수는 "방송 프로그램, 특히 오락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패션에 유행이 있듯 방송에도 유행이 있기 때문에 인기 포맷의 변용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 시청자들 역시 각 방송사가 완전히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기는 힘들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포맷 변용 과정에서 지상파의 '수위'를 넘나드는 것은 문제라고 배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지상파가 케이블의 포맷을 변용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더 자극적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이른바 '차별화'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의 수위는 분명 다르다는 점을 유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객이 전도된 현상" = 반면 지상파가 케이블의 포맷을 따라하는 것 자체를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강명현 교수는 "지상파 방송은 방송 문화를 선도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케이블 TV보다 훨씬 좋은 여건을 갖춘 지상파 방송이 케이블을 따라가는 건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물론 방송사 입장에서 트렌드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전에 트렌드를 창조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건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청자의 선택권이라는 측면에서 봐도 온 국민이 보는 지상파가 유료 채널인 케이블과 닮아가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중문화평론가인 김교석 씨 역시 강 교수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케이블 TV가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이게 인기를 끌면 지상파가 변용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트렌드에 민감한 방송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지상파가 그만큼 포맷 개발에 소홀했다는 점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일부 지상파 프로그램의 경우 '원조'에 해당하는 케이블 프로그램보다 완성도가 떨어져 비난을 받기도 한다"면서 "자금이나 제작 노하우 등에서 케이블 방송사보다 나은 여건에 있는 지상파가 좀 더 분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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