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규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
야구에 푹 빠져있는 초등생 아들녀석이 야구장갑이 낡아져서 새로 사야겠으니 $20을 달란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두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가) 요구대로 $20를 준다 . (나)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야구장갑을 살 $20외에 추가로 $20용돈을 더 주겠고, 뒷면이 나오면 낡은 장갑을 그냥 쓴다. 아들은 (가)를 선택한다. 불확실한 기대이익 $20보다 확실한 이익 $20을 선택한 것이다. 호기심이 발동한 경제학자 아버지가 이번엔 다른 두 대안을 제시하고 아들에게 선택하도록 해본다. (가) 본인 저금통에서 $20을 빼서 장갑을 산다. (나)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저금통에서 $20을 빼서 장갑을 사는데 추가로 다음 달 용돈에서 $20을 삭감하겠고, 뒷면이 나오면 낡은 장갑을 그냥 쓴다. 그러자 아들은 이번엔 (나)를 선택한다. 확실한 손실 $20보다 불확실한 기대손실 $20을 선택함으로써 더 큰 손실의 가능성을 피하고자 한 것이다.
표준경제학의 불확실성이론에서는, 확실한 기대값 X를 보장하는 대안과 불확실하지만 기대값이 역시 X인 또다른 대안 중 어느 것을 더 선호하는가에 따라 의사결정자의 성향이 '위험회피적' 또는 '위험선호적'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위 실험에서의 예처럼, 불확실성을 내포한 상황에 처했을 때 사람들은 각 상황의 평균기대값 뿐만이 아니라 불확실성의 대상이 이익에 대한 것인지 손실에 대한 것인지에 따라 다른 선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익에 대해서는 확실한 이익을 선호하여 위험회피적이 되는 한편 손실에 대한 선택에서는 손실을 줄일 가능성을 보고 불확실성 즉 위험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인데, 이를 처음 공론화했던 선도적 행태경제학자 '카네만'과 '트버스키'는 이를 '손실회피성향 (loss aversion)'이라 명명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택시기사들의 경우 비오는 날 택시손님이 많아서 기대수입이 더 큰데도 불구하고 맑은 날보다 평균노동시간은 오히려 짧다는 통계가 있다. 이에 대해 행태학자 '캐머러'는, 택시기사들이 일일사납금과 같은 목표수입을 일단 달성하고 나면 '이익'의 틀로 셈을 하게 되지만 그 전까지는 아직 '손실'의 틀로 셈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목표수입달성이 쉬운 궂은 날에는 그렇지 않은 맑은 날에 비해 일하고자 하는 동기는 주는 반면 그 반대급부인 휴식에 대한 심리적가치가 커진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서, 현금할인보다 할인쿠폰의 발행이 판촉수단으로서 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실제 통계적으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전자의 경우 소비자들은 단순히 할인액만큼 '이익'을 보게 된다고 느끼는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쿠폰이 없는 사람들이 보게 될 '손실'을 나는 피했다고 느낌으로써 전자에 비해 구매욕구의 증가효과가 더 크다는 이야기다.
주식투자의 경우 상승주는 너무 빨리 팔아서 그리고 하락주는 너무 늦게 팔아서 더 큰 손해를 보게 되는 경험 또한 손실회피성의 한 필연이다. 상승주의 경우 이익실현 차원에서 빨리 팔고자 하지만 하락주의 경우 손실을 확정시키게 되는 주식처분 결정을 미루는 대신 주가가 오를 가능성에 더 큰 심리적 비중을 두게 된다는 것이다. 카지노에서 번 사람은 쉽게 자리를 털고 일어서도 잃고 있는 사람은 밤을 지새우다 결국 빈털털이가 되고 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요즘같은 선거철에도 오늘의 주제는 음미할만한 가치가 있다. 상대방의 공약이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비판하기보다는 공약이 실현되지 않았을 때의 폐해를 강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으며, 자신의 공약에 대해서는 불확실한 공약을 남발하기보다 실현가능한 몇 가지 공약으로부터의 확실한 혜택을 강조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임을 오늘의 경제학은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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