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8 08:28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타향에서
일반기사

완주 송광사의 사천왕상

▲ 김명웅 재경 완주군 향우회장
이제 봄이다. 봄을 가장 확실하게 그리고 황홀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누가 무어라 해도 은빛 물결을 만들어주는 벚꽃길이 아닐까 한다.이러한 환상을 만들어 주는 곳이 전북 완주군 소양면에 있는 송광사 가는길이 아닌가 싶다.

 

큰 스님들이 많이 나와 불법을 널리 알리라는 의미의 송광사는 통일신라 때에 세운 절로서 여러차례 복원 중창됐다. 정면5칸 측면3칸의 다포식 팔작지붕으로 된 대웅전에는 주불로 석가여래를 모시고, 오른쪽에는 아미타불을, 왼쪽으로는 약사여래불을 모신 5m이상의 대형 소조삼불좌상(塑造三佛坐像)이 보물 1274호로 지정 돼 있으며, 이 불상의 유물에서는 병자호란 때에 청나라에 볼모가 된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의 무사귀환과 왕실의 만수무강을 기원한 기록이 발견됐다.

 

천왕문에는 보물 1255호로 지정된 소조사천왕상(塑造四天王像)이 대웅전을 향해 오른쪽에 북방다문천왕, 동방지국천왕, 왼쪽에는 남방증장천왕, 서방광목천왕이 시계 방향 순으로 있는데, 뒤편의 현판에는 천왕전으로 격을 높였다.

 

북(北)쪽을 관장하고 있다는 다문천왕(多聞天王)은 비파를 들고 있으며 항상 부처님의 설법을 들으며 중생들을 구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며, 동(東 )쪽을 수호하고 있는 지국천왕(持國天王)은 칼을 들고 있으며 서방세계와 국토를 지키면서 중생들을 보살피고 있다 한다. 남(南)쪽을 지킨다는 증장천왕(增長天王)은 만물을 소생 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용과 여의주를 움켜쥐고 있으며, 서(西)쪽을 관할하는 광목천왕(廣目天王)은 오른손에 깃발을, 왼손에는 보탑을 들고 있으며, 악한사람들에게 벌을 내리고 마음이 바로 되게 지도 한다고 한다.

 

이러한 사천왕상을 모신다는 것은 오행의 순리를 따르기도 하지만, 사찰의 신성함과 존귀함을 지킨다는 뜻도 있고, 이곳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경건하게 하려함이라고 한다. 특히, 임진왜란 때에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한 전주사고를 지키기 위한 승병의 훈련장으 로 사용 됐을 때에, 이 사천왕상의 지국천왕상이 지니고 있는 염력에 빌었다는 일화도 있다.

 

완주 송광사의 삼존불이나 사천왕상은 흙으로 만들어 졌다해 소조불(塑造佛)이라 부르는데 문화적 가치와 예술성이 좋고 그 유례가 많지 않아서 보물로 지정되었지 않았는가 한다. 일반적으로 불상을 만들때는 재료로 대개가 돌, 나무, 금, 청동, 철등이 많이 쓰이지만 소조불이란 점토를 주재료로 사용해서 만든 불상인데, 일반적으로 몸통에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손가락과 같이 미세한 부분은 가느다란 철사 등으로 만든 후에, 삼베조각 등으로 덧댄 다음 짚으로 반죽한 진흙을 덧 발라서 형태를 만들고 회분으로 칠한 다음, 마지막으로 도금이나 도색하는 불상을 말하는데 작업과정은 다잡하지만 수정과 보완이 쉬워 흙이 지닌 장점을 잘 살릴 수 있어 편안하고 친근한 입체감을 나타내는데 부족함이 없는 기법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승보사찰인 전남 순천의 송광사에도 보물 1467호로 지정된 크기가 3.5m 정도의 소조사천왕상에는 "완주 송광사에 있는 사천왕상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조형성이 뛰어난 작품"이라는 해설이 있는데, 이는 완주 송광사 사천왕상의 예술적인 우수성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이라 할수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완주 송광사의 사천왕상은 4m 이상의 대형으로 만들어 졌음에도, 해학적으로 잘 묘사돼 있으며 신체 각 부위의 비례와 구도가 적당한 조화를 이루어 사실적 기법이 돋보이며 예술적으로 순천 송광사의 사천왕상 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된다.

 

또한 봄이 되면 절 입구에서 약2km정도 되는 벚꽃길은 화려함을 더 해주며, 절 앞으로 흐르는 시냇물은 정취를 더 해준다.

 

이제 봄이 되었으니 새로운 마음으로 완주 송광사의 벚꽃길을 다시 걸어가 보고 싶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