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수 전북지방중소기업청장
지난 5월 닌테도의 주가에 관한 기사를 본적이 있다. 세계 최대 비디오 게임회사 닌텐도의 주가가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2009년 DS, Wii 등을 앞세워 매출 1조4400엔, 영업이익 5300억엔이라는 경이적인 실적을 세웠던 닌텐도가 2011년도에 매출액이 6476억엔으로 급감하고, 30년만에 432억엔의 영업 손실을 보며 2012년도에 주가가 최저치를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닌텐도의 혁신 전략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닌텐도는 폐쇄형 혁신 전략을 취했다. 게임개발자에 대한 강력한 통제를 통해 양질의 게임을 조달했고 이를 무기로 MS와 소니가 양분하였던 게임기 시장을 3강 구도로 재편하였다. 하지만 폐쇄형 혁신 전략으로는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대변화에 대응할 수 없었다. 스마트폰의 앱을 거래하는 안드로이드마켓과 앱스토어는 열린 시장으로 폐쇄적인 닌텐도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2003년 헨리 체스브로 교수에 의해 주창된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은 혁신적 아이디어나 지식이 여러 곳에 분산돼 있기 때문에 기업 외부의 아이디어, 지식, 기술을 적극적으로 획득해 혁신활동을 해야 하고 기업 내부의 아이디어, 지식, 기술들을 상업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방형 혁신을 통해 성공한 회사로 P&G, IBM, 필립스 등을 들 수 있고 국내에서는 LG, 포스코 등이 개방형 혁신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개방형 혁신은 리스크 분담, 프로젝트의 병렬 진행, 유연성 등의 장점뿐만 아니라 조직의 유대감 저해, 비용과 시간의 증가 등의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이 개방형 혁신 전략을 취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 우리 중소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독이 아닌 약이 되는 개방형 혁신 전략을 취할 수 있을까? 산학협력이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OECD가 2002년도에 "국가혁신시스템의 성과는 산학협력의 강도와 효과성에 좌우된다"고 강조하며 각국에 우수한 산학협력사례의 학습을 권고하였듯 산학협력은 국가혁신의 핵심 결정요소일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성장의 필수 요소이다.
우리나라의 산학협력은 현황은 어떠한가? OECD는 2010년 7월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국가기술혁신 장애요인으로 산학간 상호작용 부족을 지적하였고 '11년도 IMD(국제경영개발연구원) 지표상 '산학간 지식전달 정도' 25위, '기업간 기술협력 정도' 31위로 국가 경쟁력 종합순위는 22위(과학경쟁력 5위, 기술경쟁력 14위)에 불과하다. 우리의 산학협력은 부진하다.
그 원인으로 첫째, 산학간 인력 순환 부족을 들 수 있다. 대학에 비해 중소기업 근무를 선호할 만한 인센티브가 부족하고 중소기업연구원이 연구환경이 양호한 대학에서 공동 연구할 기회도 부족하다. 둘째, 지식창출기관에서 활용기관으로 기술이전이 부진하다. R&D성과물을 시장으로 연결할 통로가 부족하고 또한 기술사업화 지원책도 부족하다. 셋째, 산학간 소통이 부족하다. 연구결과에 대한 불신, 연구과정에서 소통의 어려움 등으로 상호 이해관계 조정에 애로가 있다.
이에 정부는 중소기업의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해 과학기술기본법 등을 제·개정하였다. 또한 중소기업청에서는 산학공동기술개발사업, 중소기업이전기술개발사업 등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였고 각 대학에 중소기업산학협력센터를 설치·운영토록 하였다.
이제는 중소기업 및 대학이 나서야할 때이다. 정부의 각종 산학협력 활성화 정책을 적극 활용하고 産學이 스스로 앞에서 언급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길은 부단한 혁신활동에 있고 그 한가지 방법은 산학협력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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