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충원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
필자는 가끔 강연할 때나 또는 공사석에서 참석자들에게 이 시대에 가장 유능하면서 동시에 존경받아야 할 집단이 어느 집단이냐고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참석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주관에 따라 서로 다르게 기업인, 정치인, 대학교수, 자선사업가, 시민단체멤버 등 여러 집단들을 가장 존경할만한 집단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필자는 오늘날 가장 유능하고 존경받아야 할 집단은 기업인집단이고 그 중에서도 중소기업들이며, 더 좁히자면 중소서비스업자들보다는 중소제조업자들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물론 자선사업가들도 자타가 인정하는 존경스러운 집단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 숫자가 집단이라고 할 만큼 많지 않으니 논외로 해 두자.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 중소제조업자들이 이 시대 가장 존경받아야 할 집단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인가? 우선 국민경제적 측면에 볼 때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소기업은 전체 고용의 97% 이상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총 부가가치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국민경제발전에 기여도가 절대적으로 높다. 즉 중소기업은 자본과 종업원의 수가 비록 적지만 마치 정치판에서 서민층 위주의 민주주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말하듯 시장경제의 풀뿌리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은 기술개발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산실로서 역할을 한다. 대기업의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대규모 생산체제를 가져온 대다수 제품들은 초기에 중소벤처기업으로부터 혁신적인 기술개발이 이루어진 것들이다. 뿐만 아니다. 중소기업은 지역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즉 중소기업과 그 종업원들은 그들의 삶을 지역사회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인력의 수용과 자기실현의 기회를 제공하며, 지역사회문화의 형성주체로서 지역경쟁력의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국민경제적 측면을 떠나 오늘날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보면 그들의 대다수는 자금난과 마케팅문제를 해결하고 위해 매일같이 전쟁을 하면서 지낸다. 대기업이야 원래 네임밸류가 한 몫을 하고 어느 부서의 영업이 잘 안 되어 해당기업의 자금흐름에 걸림돌이 될 경우 다른 아이템을 취급하는 부서의 영업이 잘 되면 그런대로 굴러갈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단일 아이템을 생산·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자금이 막히면 원료구입이 어려워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생산이 제대로 이루어지더라도 내수든 수출이든 마케팅성과가 부진하게 되면 하루아침에 부도가 날 수 있다. 그래서 다수의 중소업자들은 부도를 피하려고 골몰하는 나머지 한 달 중 보름은 새우잠을 자거나 잠을 못 이루는 경우가 많다. 자금이 잘 풀어야만 자기만 바라보고 묵묵히 일하는 종업원들에게 봉급도 제대로 줄 수 있고 공장가동이 원활해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주들은 대부분 혼자서 인사·노무관리, 생산관리, 재무관리, 그리고 마케팅활동을 도맡아 하면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예외는 있지만 우리사회의 어느 집단보다도 가장 유능한 애국집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일각에서 지나치다고 비판의 소리를 낼만큼 매우 다양하고 적극적인 중소기업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사회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걱정이다. 근년에 와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동반성장문제가 자주 논의되고 있지만 정부당국이 팔을 걷어 부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열정과 의지가 너무 부족한 것 같아 한심하기 그지없다. 풀뿌리경제주체인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함께 튼튼하게 동반성장해 나가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와 사회의 앞날이 결코 밝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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