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여론조사 결과에 국민들은 헷갈린다. 국민만 그런 게 아니다. 후보와 정당, 캠프는 더 어지러운 표정이다. 물론 '정치 고수'들은 여론조사 결과보다는 흐름과 추세에 의미부여를 한다. 정작 선거 당일에는 여론조사 결과가 빗나간 사례를 수 없이 겪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론조사는 국민들의 의사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는 여론조사가 가진 두 가지 고유한 특성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밴드 왜건 효과'와 '언더 독 효과'다. 밴드 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는 말 그대로 시골에 군악대가 나팔을 불고 지나가면 동네 아이들이 뒤따라간다는 뜻으로 유권자들이 1위 후보를 지지하는 편승현상이다. 언더 독 효과(Under-dog effect)는 개싸움에서 유래한 말로 이기고 있는 개보다 열세에 놓인 개에게 응원을 보내는 동정현상이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좀처럼 깨지지 않을 것 같던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지는 배경에는 강자에 대한 언더 독 효과가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현상과 그에 따른 안철수 지지율의 고공행진은 밴드 왜건 효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자리로 출발했던 문재인의 개인 지지율과 단일화 지지율 상승은 언더 독 효과 덕분으로 여길 수 있다.
문제는 대선이 불과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국민들의 눈이 온통 여론조사에만 쏠린다는 사실이다. 사실 밴드 왜건과 언더 독 효과는 인간의 심리 변화가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것이지 후보의 자질과 정책에 대한 지지 변화는 아니다. 이 때문에 세 후보와 캠프는 유권자 심리를 자극하는 일에 몰두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주객이 전도되고 본말이 뒤바뀌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 대다수의 언론이 말로는 '정책과 자질 검증을 통한 후보 평가'를 외쳐놓고 실제로는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치공학적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 너무 민감해지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자기도 모르게 군악대 밴드 행렬을 뒤따르거나 개싸움에 동정심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 후보의 당락과 야당 후보 단일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전북도민은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정가에서는 박근혜에 대한 호남의 지지가 두 자릿수만 되면 당선이 가능하다고 본다. 또 호남의 민심이 야권 단일 후보를 결정짓는 것으로 여긴다. 사실상 대통령 결정권을 전북이 쥐고 있다는 뜻이다.
도민들은 이제부터라도 전북을 늘 변방으로 여긴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 묻지마식 지지에도 항상 서자 취급했던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 비전과 가치는 좋지만 조직이 약한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군악대와 개싸움 구경에만 몰두했다가는 전북은 앞으로 5년 동안 또 다시 변방과 서자 대접만 받을 공산이 크다. 참으로 끔찍한 일 아닌가?
도민들이 남은 68일간 대통령이 되겠다는 인물의 됨됨이와 정책을 꼼꼼히 살피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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