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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레의 시민과 보훈정신

▲ 김 명 한

 

전주보훈지청장

프랑스 북쪽 끝자락 해안도시인 칼레시 해변가에 '칼레의 시민' 조각상이 있다. 프랑스와 영국 간의 백년전쟁(1337~1453년) 때에 칼레 시민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리고자 세워진 것이다. 1347년 영국 왕 에드워드 3세는 프랑스를 공격했다. 영국 왕은 모든 칼레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신 시민대표 6명을 처형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 때 시민들 사이에서 처형을 자처한 사람은 놀랍게도 칼레시의 최고 갑부인 '외스따슈 드 쌩 삐에르'였다. 뒤를 이어 시장이 나섰다. 갑부의 아들과 그의 동생, 법률가와 부자 상인 등 귀족들도 나섰다. 이들은 교수형 직전에 임신한 영국 왕비의 간청으로 목숨을 구하게 됐다. 이들의 용기와 희생정신은 오늘 날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말로 남아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칼레시민들은 550년이 지난 1895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영웅적 시민들의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 조각상을 세웠다.

 

우리의 근현대사에서도 한반도 주변국들의 흥망성쇠에 따라 국운이 위태로운 시기에 많은 영웅들이 나타났다. 임진왜란 때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고 하신 이순신 장군과 조국의 독립을 위해 침략의 원흉을 처단하신 안중근 의사, 조국의 영토를 수호하고자 적의 탱크에 수류탄을 들고 뛰어든 육탄10용사,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신 민주유공자들은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로지 국가의 안위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나라사랑 정신은 시대별로 독립정신과 호국정신, 민주정신으로 발현되며 국민으로서 최고의 영예인 '국가유공자'의 칭호를 부여받고 있다.

 

국가보훈처에서는 이러한 3대 정신을 보훈정신으로 정해 국민들의 나라사랑 정신 함양을 위해 지난해 6월 나라사랑교육과를 신설해 전 국민, 나아가 재외동포들을 대상으로 나라사랑 교육정책을 펼치고 있다. 세계 역사를 보면 강한 나라일수록 강한 보훈정책이 있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경관이 수려한 곳에 국립묘지를 선정해 전몰장병들을 안장하고, 몽골의 징기스칸도 전사자의 자녀를 왕자들과 똑같이 양육하도록 해 부하가 목숨을 걸고 싸우도록 제도를 만들었다. 미국 또한 전쟁포로와 실종자를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국가에 대한 신뢰와 희생의 가치가 존중받도록 하고 있다.

 

강한 보훈정책과 더불어 정책추진 부서의 위상도 매우 높다. 미국과 캐나다는 보훈부로서 장관급 기관이며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국무부에 이어 행정각부 서열 2위이다. 대만도 부총리급으로 조직돼 있다. 국가 공동체 유지와 발전에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부서의 위상을 높여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있다. 전국에는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 208만명과 재향군인회 등 호국보훈단체 회원을 포함해 1,000만명의 보훈가족이 있어 국민 4명 중 한명이 보훈가족으로서 국가수혜를 받고 있다. 특히 나라사랑 교육의 주무부서로서 행정대상이 전국민으로 확대된 만큼 우리나라의 국가보훈처도 경제력 향상과 높아진 국격의 위상에 맞게 중앙행정기관 중 '행정 각 부'의 하나인 '국가보훈부'로 거듭나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의 정신적 토대가 더욱 공고히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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