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아닌 둥지가 없어서 이름 그대로 추워서 괴로운 새를 말한다. 둥지를 짓지 않은 게으름 탓이었다.
그 새는 둥지를 틀지 않고 살기 때문에 밤만 되면 사나운 눈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온몸이 얼어 붙는 괴로움을 겪는다. 그래서 그 새는 날이 밝으면 꼭 아늑한 둥지를 지으리라 하고 다짐한다.
그러나 날이 밝아 따스한 낮에는 따듯함과 설산의 화려한 풍광에 눈이 팔려 노느라 정신이 없어 집을 짓겠다는 다짐을 잊어 버린다.
그래서 밤이 되면 날마다 "아이,추워. 아이,추워"하며 추위에 떨어야 했다.
다른 친구새들이 말했다.
"이봐, 추위에 떨지 말고 얼른 둥지를 지으라고","그래, 둥지만 있으면 걱정없잖아."
하지만 게을러 터진 한고조는 친구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둥지 정도야 아무때나 지으면 어떤가."까짓 것, 내일 짓지 뭐"하고 차일피일 미뤘다.
하지만 밤이 되면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얼어 죽을 것같은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낮에 둥지를 짓지 않은 것을 뼛속 깊이 후회했다.
그러나 또 낮이 되면 그 생각은 다시 뒤집혔다. 놀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데 둥지 따위나 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또 밤이 오면 "아이 추워,아이 추워"하며 후회했다.
한고조는 이런식으로 "까짓것, 내일하지 뭐"와 "아이 추워, 아이 추워"를 반복하며 하루 하루를 보냈다.
어느 추운 밤, 한고조는 결국 얼어 죽고 말았다.
한고조는 인도 히말라야 산맥에 산다는 상상(想想)의 새로서 불가(佛家)에서 게을러 도를 닦지 아니한 중생을 비유해 쓰이는 표현이다.
중요한 문제를 차일피일 미루고 어리석음과 게으름속에서 우리의 삶도 한고조와 무엇이 다를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계사년 2013년 새해가 밝았다.
일반 시민은 물론 공무원과 경찰·언론인·회사원들 모두 밝아 오는 새해의 태양을 바라 보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올해를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설계하고 기원했을 것이다.
공복(公僕)으로서 '왜 그때 그 일을 그렇게 처리했을까'하는 후회를 올해는 하지 않아야 겠다는 다짐도 했을 것이다. 또한 '올해는 반드시 무엇을 해야 하겠다'는 등 자신이 계획했던 일이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는 각오도 다졌을 것이다.
인생이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아 완벽한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한고조와 같이 매일 후회를 반복하면서 살다가 죽기를 원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무슨 일이든 부지런히 힘써 해야지 꾸물거리다가는 결국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된다.
인생은 뿌리없이 떠 다니는 것/ 밭두렁의 먼지처럼 표연한 것/ 바람따라 흐트러져 구르는/ 인간은 원래 무상한 몸…(중략)…젊은 시절은 거듭오지 않으며/ 하루에 아침을 두번 맞지 못한다/ 때를 놓치지 말고 부지런히 일하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중국 송나라때의 시인인 도연명(陶淵明, 365~427)의 잡시(雜詩)가 생각난다.
올해에는 한고조같은 게으름으로 후회하는 삶을 살지 않고, 날마다 자신이 계획하고 약속했던 바를 지켜 뜻을 이루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