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활용 상품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 개발 절실
우리나라는 생활쓰레기의 재활용 비율이 선진국보다 높은 편이지만 아직 업사이클링에 대한 인식이나 활용은 낮은 편이다. 업사이클링은 주로 미술이나 건축·생활소품 등의 분야에서 관심을 끌었을 뿐 산업계에서는 본격적인 시도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엔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기업들도 업사이클링에 관심을 가지고 나서는 상태다.
문제는 업사이클링으로 비용 절감을 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려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지만, 상품으로 소비까지 연결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데 있다. 도내 업사이클링 현주소를 짚어본다.
△환경 보호하자는 데 왜 안 팔리지?
업사이클링 자원 재순환 의미를 넘어 새로운 가치 창출이라는 데에서 그 의미가 있다. 환경과 자원을 보호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업사이클링 상품이 활발한 소비로 이어지는 사례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
실제 도내에서 업사이클링 사업의 시도로 손꼽히는 '할머니 공방'도 사실상 실패, 문을 닫았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진행된 '할머니 공방'은 폐자원으로 만든 가방, 앞치마 등을 판매하는 프로젝트다. 할머니들의 숙련된 기술이 경제적 가치 창출뿐 아니라 복지 모델로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이 시도는 상품을 사려는 단체가 늘어나면서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소비자 개인의 구입으로 연결되지 않아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문을 닫았다. 또 우정사업본부에서 추진하는 친환경 업사이클링 상품 역시 소비까지 이어지진 않고 있다.
우체국의 홍보용 폐 현수막을 이용해 만든 가방과 환경교육용 친환경 제품으로 재탄생시켰지만, 도내 소외 계층 아동에 전달하는 정도다. 폐 현수막의 수급 조절이 일정하지 않다는 문제점 때문에 상품 제작도 줄어들고 있다.
실제 전북은 2011년에 142개 폐 현수막을 이용, 1040개의 업사이클 상품을 생산했다. 지난해에는 78개 폐 현수막으로 겨우 170개의 에코백만 생산했을 정도다.
△재능도 사람도 업사이클링이 필요해!
이렇듯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도내에서 업사이클링 상품을 제작하는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보편적인 상품성 부족과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소비자의 인식에 이유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헌 것을 만들어서 만들었는데 가격은 비싸다'라는 마음이 드는 순간 업사이클 상품은 그저 구경하기에만 좋은 상품으로 전락한다는 설명이다. 당장 시장에서 소모될 수 있는 상품을 선택, 상품을 만들어 내는 감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사)이음 김병수 대표는 할머니 공방을 운영하면서 겪은 시행착오에서 해법을 찾았다.
김 대표는 "할머니 공방에서 제작한 2~8만 원대에 가방의 경우 공임비용을 생각하면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며"원재료 수급조절은 어렵지는 않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 콘텐츠를 지속해서 개발하는게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어"새활용됐다는 이미지를 뛰어넘는 상품의 콘텐츠 개발이 목표였다"며 "디자인 인력 등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한 전북에서는 결과를 내놓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업사이클링의 활성화 요건은 소비자 인식개선이다. 특히 옷을 원재료로 업사이클링 상품을 제작하는 업체의 경우'헌 것'이라는 소비자 인식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때문에 제작 상품을 의류가 아닌 소품으로 바꾸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이음 김병수 대표는 "기업 입장에서는 업사이클링 도입이 비용 절감뿐 아니라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이점이 분명히 있다"며"업사이클링 상품을 소비까지 이어내려면 상품에 대한 콘텐츠 개발이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