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강현욱 지사가 전임 유종근 지사의 바통을 이어받았을 때의 일이다.
전북도 산하 기관의 장을 자연스럽게 바꿔나가고 있을때 생각지도 않게 구 세력의 강한 저항이 일어났다.
사직을 종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물갈이를 해가는 과정에서 몇몇 산하기관장이 “면직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낸 것이다.
오랜 법정 싸움끝에 얼마만큼의 보상을 받고 마무리됐다.
4년뒤 선장이 다시 바뀌어 김완주 체제가 들어서자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도청의 주요 자리는 말할 것도 없고, 산하기관이나 단체, 또는 도의 영향권에 들어있는 대다수의 자리가 바뀌었다. 이때에는 법적 소송까지 가지는 않았으나, 제때 물러나지 않는 산하 기관장이나 단체 회장 등은 온갖 수모를 다 겪었고, 결국 쫓겨나다시피 퇴장했다.
이번에 8년 만에 수장이 바뀌는 전북도는 훨씬 더 강한 쓰나미가 몰아칠 것이다.
일부에서는 “적을 만들지않는 송하진 당선자가 설마 무리하게 내몰기야 하겠느냐”고 말하지만, 자신의 식솔들이 아우성대는 상황에서 코드가 다른 전임자의 식솔을 끌고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비단 전북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리가 몇개 되지 않는 시군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도청만 해도 자리가 많지만, 시군에서는 말단 직원을 포함해도 단체장이 쓸 수 있는 자리가 몇개 없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구세력과 신세력간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전국에 걸쳐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면 단체장이 바뀌면 전에 임용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한마디로 정실에 의해 임용된 사람은 모두 물러나야 한다. 도청과 산하단체에만 최소 100자리가 넘을 것이다.
물론, 정확한 논리와 시스템에 의해 기용되고 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계속 유지돼야 하지만, 단체장이나 그 측근과 가깝다하여 임용된 경우라면 임기가 얼마가 남아있든 깨끗이 용퇴하는게 순리다.
실무자는 몰라도 책임자들은 순장조를 자처해야 한다.
강현욱 지사 비서실장을 지냈던 윤재식씨나 김완주 지사의 측근인 박효성씨가 임기 만료전 전북생활체육회 사무처장직을 용퇴한 것은 꽤 남자답다.
지방선거 이후 경기도 산하기관장 가운데 첫 사퇴자가 나왔다.
전국 첫 용퇴 사례다.
한국도자재단은 10일 강우현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강 이사장은 “도정혁신 시대를 맞아 재단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것”이라며 “당당하게 변화를 주도하는 재단이 되도록 길을 비켜 주려한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김문수 지사에 의해 발탁된 강 이사장은 두 차례 연임했으며, 광주-이천-여주를 잇는 한국도자투어라인을 완성하고 도자문화와 관광을 연계하는 새로운 판로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다.
성과를 낸 사람이 이러할진대, 자리만 지켜온 사람들의 처신은 어떠해야할지 분명해진다.
전임자 시절 정실에 의해 임용돼 이런저런 혜택을 받은 사람이라면 적어도 강우현 이사장처럼 용퇴해야 한다.
당선자라하여 자기 사람을 심기위해 전임자가 발탁한 유능한 인재를 내몰아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능력도 없이 정실인사에 의해 발탁된 사람들이 계속 자리를 유지하려는 것은 구차한 구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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