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댕긴 것은 도생활체육회 사무처장 자리다. 생활체육회는 전임 사무처장이 도지사 선거에 개입했다가 그 후유증으로 그만두자 박승한 회장이 사무처장 직무대행으로 지역진흥과장을 임명했다. 직제나 서열과는 무관한 임명으로 ‘자기 사람 심기’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달 열린 이사회(정원미달로 정식 회의가 성립되지는 않았지만)에서 내부승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성을 살리겠다는 취지다.
언뜻 맞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 도생활체육회 사무처장 자리는 임원이면서 사무직 직원이기 때문이다. 쥐도 새도 아닌 박쥐의 형상으로, 그 필요에 따라 전문성이나 정치성이 강조되고 있다.
사실 도생체회 직원들은 공무원 직급에 맞춰 승진 등 모든 것이 이뤄진다. 급여도 도비지원으로 지급되며, 엄격한 정치적 중립성이 명시돼 있다. 따라서 사무처장이 사무직원이라면 당연히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돼야 한다. 도비로 급여를 받는 준공무원이 특정인의 하수인이 돼서는 안된다.
반대로 사무처장이 정치적 성격이 짙은 생활체육회장을 지원하는 임원 중 한 명에 그치는 것이라면 굳이 도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지급해서는 안 된다.
사실 도생활체육회는 정치적 중립성도, 전문성도 인정받기 어렵다. 많은 직원들이 지사가 바뀔 때마다 특채형식으로 채용돼 알록달록 이다. 전문성을 강조하려면 먼저 직원채용부터 공채제도가 확립돼야 한다.
더욱이 일부 직원들은 지난 선거 당시부터 특정후보의 캠프에 드나든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혹여라도 ‘내부승진’이 이러한 선거활동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거론된 것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무처 직원들이 앞으로 선거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일은 내팽개치고 선거활동에 매달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도체육회 사무처장 자리를 놓고도 말들이 무성하다. 현 김대진 사무처장의 임기가 내년 4월까지이지만, 도체육회장인 도지사가 바뀌었으므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다. 이런 가운데 현 사무처장은 자신의 임기를 양보할 뜻이 없어 보인다. 더 나아가 일부에서는 현 사무처장이 자신의 임기를 다 채우고 차기까지 4년 연장을 원하는 듯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굳이 내년 봄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 차라리 지금 사표를 내고 재신임 여부를 묻는 것이 옳다고 본다. 도체육회 사무처장은 도내 엘리트 체육의 중심이다. 별다른 의미없이 임기만 채우는 것은 실속없는 짓이다.
도체육회 사무처장의 재신임 또는 선정 기준은 선수 및 지도자들과 함께 땀흘리며 전북체육을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과 자세가 되어 있느냐가 돼야 한다. 각 종목의 인사들과 장벽을 쌓거나 자기 세계에 갇혀 사는 사람이라면 전북체육은 퇴행과 추락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제 공은 송하진 지사에게 넘어가 있다. 여러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냉정하고 사려깊게 판단해서 하루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 공연히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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