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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음식연구회 차경옥 회장 "아름답고 기품있는 전주 혼례음식 후손에게"

고 박복자 여사의 딸…전통음식 표준화·세계화 연구 / "단순한 먹을거리 아닌 우리 삶의 문화·예술로 전할 터"

“아름답고 기품있는 전주의 혼례음식, 후손에게 제대로 물려줘야죠”

 

의례음식연구회는 전주의 반가(班家)에서 만들었던 혼례음식 중 고 박복자 여사의 음식을 배우기 위해 모인 단체다. 지난 1998년 5명으로 시작됐으며, 현재는 스승인 고 박복자 여사가 돌아가신 후 20여명의 제자들이 그 명맥을 이어가며 의례음식의 표준화와 세계화를 연구하고 있다.

 

의례음식은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생의 고비를 넘을 때마다 행하는 의식이나 의례 때 준비한 음식으로, 삼신상, 백일상, 돌상, 관례상, 혼례상, 큰상, 회갑상의 경사스러운 상차림과 조상께 올리는 제상과 차례상 등으로 구분된다. 이중 혼인례에 준비한 음식(혼례음식)이 대표적이다.

 

의례음식연구회 차경옥(50) 회장은 “전통음식의 예를 갖춘 음식들을 연구해 계승발전시키자는 취지에서 만들어 졌다”며“현재의 의례음식(혼례음식)은 먹기 아까울 정도로 공과 정성을 들여 손대기 어려울 정도의 미를 갖고있는 음식으로, 전주의 혼례음식을 전수하고 꾸준히 기능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 회장은 고 박복자 여사의 딸이다.

 

차 회장은 “전주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의례음식은 미를 강조해 정교하고 화려하다”면서 “혼례음식 중 문어오림이나 오징어오림 등은 타 지역에서 따라오기 힘든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어로 만든 봉황오림은 전주에만 있는데, 봉황은 기린, 용과 함께 영물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어려움도 적지 않다. 특히 고 박복자 여사의 문어새김은 쉽게 따라 할 수가 없는 탓에 현재 연구회 회원들의 주요 연구 과제가 되고 있다.

 

전주의 대표적인 문어 봉황오림은 수컷은 봉, 암컷은 황이라 하며, 봉황은 자웅이 서로 의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혼례 시 남녀의 상징으로 쓰여 혼례음식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차 회장은 “우선 문어오림에 필요한 백문어를 쉽게 구할 수 없는 등 식재료의 변화로 과거 그대로 재현하기가 어려운데다가 , 핵가족시대에 접어들면서 간소화, 형식화 되면서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며 “맛의 고장인 전주에서 조차 혼례음식을 만들어 공수하는 개인들이 점점 줄고있는 실정”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의례음식연구회는 이러한 문화를 표준화와 세계화하는 작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때문에 의례음식연구회에서는 혼례음식의 양을 줄이고 의례에 꼭 필요한 상징적인 음식을 만들고, 저장 및 먹는 것이 용이하도록 소량포장, 조리법 및 먹는법을 표기하고 있다.

 

일상에서도 선물 및 활용할 수 있도록 포장단위 등을 계량화 하는 작업도 하나의 성과다.

 

지난 2003년에는 고 박복자 여사의 작품을 재현하고 현대화를 담은 의례음식 <전라도 폐백과 이바지> 을 펴냈다. 이후 3년여 시간을 거쳐 의례음식에 미쳐 올리지 못했던 음식 등을 추가해 <백년해로 행복한 혼례음식> 이라는 책을 선보이게 됐다.

 

차 회장은 “어머니가 생전에 의례음식을 준비할 때는 재료를 살 때 부터 친정어머니의 마음으로 백년해로하고 잘 살아가길 기도하며 음식을 준비하라 말씀하셨다”며 “연구를 하고 나서 의례음식이야 말로 정성 속에 간절한 기도를 담고 있는 음식 중 하나이며, 옛 어른들의 지혜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과 의미가 담긴 것을 깨달아 단순한 음식이 아닌 우리삶의 문화이자 철학이 담긴 예술이라는 것을 전해주고 싶다”며“ 그 명맥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현대에서 아름답고 기품있는 전주의 음식문화가 지속발전할 수 있도록 작은 노력을 하는 연구회가 되어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현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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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나네 nane01@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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