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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 보장해야

루게릭병 치료 기부 운동, 캠페인에만 머물지 않고 법·제도 개선하는 계기로

▲ 김영기 객원논설위원,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현실에서 아프다는 것은 가난한 사람에게는 죄악과 같은 것이다.

 

전 인생을 통해 가난하지만 가족들을 위해 헌신해 왔던 아버지, 어머니들이 노년기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거나 자식들의 눈치를 보느라 몸 둘 바를 모르며 미안해하는 것 중의 가장 큰 이유는 건강 악화로 인해 병원신세를 지는 것이다.

 

우리의 의료보험 제도는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제도이고 발전 가능성이 높다.

 

하나 아직도 중요병력에 대한 자부담 비율이 높고 특히 고가의 의료행위와 치료에 있어 비보험 항목이 많아 발병 후 채 몇 달이 되지 않아 쉽게 집 한 채를 날리기도 한다.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은 대부분 완치가 어렵고 장기적인 치료를 요하는 경우가 많다. 있는 자들은 치료를 지속하지만 대다수 서민들은 어쩔 수 없이 치료를 포기한다. 아픈 것은 철저히 개인과 가족의 일로 치부되어 고통으로 가정 파탄이 나기 일쑤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병마가 진행 중이고 고통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의 경제적 파탄을 우려하여 치료를 미리 포기하거나 중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돈 없으면 맘 놓고 치료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며칠 전 전주 교차로 유창희 회장으로부터 아이스버킷 챌린지 운동의 참여를 공개적으로 제안 받았다. 난 사진 찍는 것 자체를 대단히 싫어한다. 내가 사진 속에 들어가면 굳은 얼굴로 인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망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인생을 투쟁적으로 산 대가가 얼굴에 나타나 있다. 오죽하면 내 평생소원이 고 문익환 목사님 같은 밝고 선한 얼굴을 갖는 것이다.

 

앞으로의 인생이 목사님의 발꿈치라도 쫓아가는 삶이 되도록 하여 생전의 문익환 목사님 표정의 십분의 일이라도 닮고 싶다. 과거 학생 운동 시절 오랜 수배 생활로 인한 습관이 굳어져서 그런지 변변한 사진이 거의 없다. 지금도 어디 놀러가도 사진을 잘 찍지 않고 카메라도 없다.

 

요즈음은 생각이 약간 바뀌어서 스마트폰으로 인화하지 않는 사진을 가끔 찍을 뿐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시민운동가로서 뒤를 돌아보며 근신하고 있는 중에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여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도 잘 판단이 서지 않았다.

 

더욱 기부문화 확산과 동참은 좋은 일인데 일상적인 기부행위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서 한마디로 자격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도 소중하고 좋은 취지의 행사이고 평소 가까운 형이나 동지처럼 생각하는 분의 제안이라 숙고 끝에 결단을 하여 바통을 받았다.

 

이러한 기부문화 확산운동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법과 제도개선을 통해 돈 없고 힘없는 민초들이 아플 때 아무런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국가가 너무도 당연히 앞서서 할 일을 자꾸 개인들의 선행에 의지하고 순간을 넘기려는 것은 옳지 못하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에서 국가와 사회의 총체적이며 구조적인 모순과 부실을 보았다. 한심한 정부와 정치계에 비해 서민들은 자신의 일처럼 아파하고 함께 고통을 나누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환란이나 국가적 중대사는 민초들이 앞장서서 나눔과 기부를 통해 해결해 왔다.

 

최근 의료민영화를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한층 빨라졌다. 그나마 조금 나은 의료제도마저 송두리째 망가뜨릴 의료개방과 영리행위허용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미국으로 이민 간 동포들이 출산과 치료를 위해 모국을 방문하고 있는 현실과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미국 서민들의 모습을 매일 보고 들으면서도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일부 부도덕한 재벌들과 보험 업계, 소수의 대형병원세력들의 대리인 노릇을 하는 정치인을 가려내어야 한다.

 

이번 루게릭병의 치료를 위한 기부운동이 단지 캠페인에 머물지 않고 불치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병원비와 사회적 편견의 틀을 벗어나 원하는 만큼, 원하는 장소, 원하는 방법, 원하는 기간 동안 치료받을 수 있는 법과 제도 개선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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