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나 대통령 후보, 국회의장을 지낸 당내 원로를 예우하는 ‘고문’이란 직함은, 사실 실권있는 자리도 아닌데 전북 출신 정치 지도자 2인의 행보가 관심을 끄는 것은 그들의 선택에 따라 야권은 물론, 길게보면 여야관계, 나아가 차기 총선, 대선 구도와도 맞물리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정세균 고문은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유력한 당권주자 ‘빅3’로 꼽혔던 그의 불출마 선언은 문재인 의원의 출마가 확실히 굳어지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친노계의 오너격인 문재인 의원이 출마했을 경우, 범친노계인 정세균 고문의 입지는 그만큼 좁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민들은 지금 당 대표 불출마 선언을 한 정세균 고문이 향후 당내 경선 과정에서 과연 특정인의 손을 들어줄까 하는 것에 모아진다.
후보 등록이 끝난뒤 정 고문은 완전 중립, 또는 특정 후보에 대한 소극적·적극적 지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세균 고문의 불출마로 내년 2·8 전당대회는 일단 문재인, 박지원 의원의 양강(兩强) 구도로 재편됐으나 당 바깥의 상황은 ‘제3신당’ 출범 움직임이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얼마 전 지인들과 안철수, 문재인 의원을 별도로 만나 환담하는 자리에서, 이들은 정동영 고문의 신당 참여 가능성을 극히 낮게 봤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당내에서 제대로 배려해주지 않으니까 한번 해보는 소리 정도로 의미를 축소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정동영 고문이 각계 진보인사 100여명으로 구성된 ‘국민모임’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합류하는 쪽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내고, 2007년 대선후보까지 지낸 정 고문이 과연 ‘탈당 후 신당 합류’라는 선택을 할 것인지 도민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일생일대의 중대한 정치적 선택을 했거나 하고 있는 정세균, 정동영 고문의 결정에 따라 개인의 정치적 명운은 물론, 전북의 정치지형도 크게 바꿀 것이다.
상식적으로 보면, 야권 주도권 경쟁 과정에서 이들은 당연히 도전장을 던지고, 레이스를 펼칠만한 정치적 거목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오늘날 처한 현실은 출마 의지를 접거나 당 밖에 눈을 돌려야 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에서 도민들의 심정 또한 썩 유쾌하지는 않은 게 사실이다. 한때는 동지로서, 또 한때는 라이벌로서 협력과 경쟁을 해왔지만, 이들은 전북이 배출하고 키워온 정계거목이다.
진안 동향 출신인 정세균 고문(64)은 5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장관은 물론, 새정치국민연합에서 유일하게 당 대표를 3번이나 역임한 인물이고, 순창 구림 출신인 정동영 고문(61)은 국회의원은 3선밖에 지내지 않았지만, 장관, 당 의장, 여당 대선 후보까지 지낸 인물이다.
요즘 전북 출신 장·차관 한 명도 없다고 아우성인데, 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정치권의 위상 또한 협소해지고 있어 전북이 처한 현실은 어둡다.
그런 점에서 과연 정세균, 정동영 고문의 다음 착점은 ‘신의 한수’가 될 것인지, 아니면 ‘장고 끝에 악수’가 될 것인지 주목을 끌 수밖에 없다.
그 착점의 결과는 결국, 전북의 정치적 위상을 크게 좌우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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