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활동 연주자 10여명 모여 올해 발족 / 매달 2~ 3회 정기연습…하반기 공연 계획
“시작은 늦었지만 10년 후면 군산의 명물(문화재)이 되어 있을 겁니다.”
이곳저곳 여행을 하다 보면 ‘문화’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보인다. 문화를 통한 지역 경쟁력 확보가 화두가 되어 있는 탓이다. 전국의 축제와 문화예술 담당자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도 문화자원으로 각 지역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이를 관광자원으로 발전시키려는 것이다. 지역뿐 아니라 나라도 전통과 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볼거리와 관심을 가질만한 거리, 먹을거리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 누리고 즐기는 것 자체가 풍류
우리나라 문화예술과 향유를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 중에 대표적인 것이 ‘풍류’다.
특정계급과 특정인만이 누리던 특별한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누릴 수 있는 능력만 갖추면 풍류객이요 풍류인이 될 수 있었다. 풍류는 특별한 절차 없이 예술인의 경지로 올라버리는 말이었다. 지금은 ‘한류’라는 단어가 해외 수출용으로 쓰이고 있지만, 그 조상은 우리만의 풍류가 아닐까 한다.
지금 우리에게 전해지는 풍류는 민간풍류, 향제풍류 등이 있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풍류는 문화를 향유하는 활동 자체였다.
풍류는 듣는 이를 위한 음악이 아니라 그 당시, 그 지역의 풍류객이 모여 연주를 즐기며 다시 그 지역과 시대의 음악을 이끌어 간 것이다. 즉, 관객을 위한 예술 활동이 아니라 예술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활동이었던 것이다.
△ 군산풍류 복원 위해 모임 결성
문헌상에는 정읍 이리 흥덕 성내 부안 김제 옥구 전주에 지역 풍류가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현재 연주되어지거나 접할 수 있는 향제(지역자체)풍류는 많지 않다.
군산도 예외가 아니다. 군산풍류는 전해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군산지역에 전해지던 군산풍류를 복원하기 위한 모임이 만들어졌다.
군산 출신과 군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구성원들이 수년전부터 마음을 모아오다가 올해 ‘군산풍류악회’를 결성했다.
군산풍류악회는 원광대 국악과의 우종양(해금, 전북문화재위원회 위원장)교수와 홍종선(피리, 군산국악관현악단 지휘자)교수가 예술 고문을 맡고, 조보연(가야금, 아리울연주단 음악감독), 장윤미(해금,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해금수석), 오승용(해금, 전주시립국악단 상임단원), 이정민(해금, 군산아리아해금연주단 단장), 유승열(피리, 군산청소년국악관현악단 지휘자), 정지웅(대금, 전주시립국악단 상임단원), 서정미(대금,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대금부수석), 송진아(가야금, 군산청소년국악관현악단 지도강사), 장연숙(거문고,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상임단원), 장은영(거문고, 군산 회현중 거문고 지도강사), 박태영(타악, 풍류지악 대표)씨가 참여하고 있다.
회원 대부분 전주와 익산·군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군산청소년국악단과 군산전통예술원에서 오랫동안 활동 해온 인연들이기도 하다.
△ ‘군산만의 음악 만들자’ 마음 모아
군산풍류악회 조보연 회장은 “군산만의 색을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을 찾고, 연주자들도 공부하며 즐기기 위해 풍류악회를 결성했다”고 말했다.
도내에는 문화재로 지정된 이리향제줄풍류(중요무형문화재 제83-나호)와 전주삼현육각보존회(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46호, 2011년 지정)가 있으며, 정읍에는 풍류방 샘소리터에서 정읍풍류의 맥을 이끌어 가고 있고, 부안향제줄풍류보존회도 2009년도부터 활동하고 있다. 군산은 지역향제풍류가 사라졌다.
조 회장은 “연주자들이 군산과 인연이 닿아 오랫동안 활동해왔고, 이제는 중견 연주자들이 되었는데, 지역과 연주자 모두를 위한 음악활동을 모색하다가 군산풍류 활동이 해법이 됐다”고 덧붙였다.
회원들은 군산국악관현악단과 아리울 연주단, 군산전통예술원, 군산청소년국악관현악단, 군산아리아 해금연주단 등 다양한 지역 연주단체에서 활동해왔다.
△ 정기 모임 갖고 연주활동
군산풍류악회 포부는 크다.
연주단체를 결성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북에 크고 작은 단체들이 워낙 많다보니 새로운 단체를 만드는데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단체가 출범한 만큼 군산 대표 명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풍류악회는 매달 2~3회 모임을 갖고 있다. 군산시 지곡동의 군산전통예술원 공간을 빌려 연습을 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자체 연주회도 구상하고 있다.
지금은 전해지지 않지만 군산만의 색을 가진 풍류악회를 통해 옛 군산지역 선비들이 즐기고 사랑했던 풍류의 역사를 다시 쓰고, 국악대중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현상을 반영하듯이 국악계에도 크로스 오버를 통한 퓨전국악, 또 다른 형태의 콜라보레이션등에 국악걸그룹까지 등장하고 있다.
대중성을 확보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우리음악을 친숙하게 알리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지만 정체불명의 문화가 생길 것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많다.
반면 지난 2010년을 기점으로 국악계는 사라져가는 향제(鄕制) 풍류를 연주하는 단체가 붐을 이루고 있다. 전통음악의 특색을 찾거나 원형을 찾아가는 또 다른 움직임이다.
우리의 문화, 그중에서도 지역성을 담고 있는 향제풍류의 맥을 잇기 위해 노력하는 지역 연주자들을 보며 이러한 활동이 보다 활발해지기를 바란다. 10년후 지역을 대표하는 명물이 되겠다는 군산풍류악회의 소망이 이뤄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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