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투명한 교육 행정, 도민·교사·학생·학부모 모두 함께 실현해나가야
지난 1월 고등법원의 판결로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되었다. 수만 명의 교사가 참여한 노조가 단 9명의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한다는 것을 이유로 내린 결정이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지만 낙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이 기각되고 최근 대법원의 보수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원칙과 명분을 택해 스스로 직공으로 나아갔다. 더해 전임자의 일부를 학교현장에 복귀시키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학교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임자들에 대한 교육부의 직권면직 요구를 거부한 교육감들이 교육부에 의해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되었다.
진보교육감들도 결국 교육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면직조치를 실행했다. 최소한 대법원 판결까지라도 기다려달라는 전교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것이다.
김승환 교육감도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원칙론을 제기하다가 직권면직 조치를 진행하여 전교조와 교육감이 극단적인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비정한 현실을 보고 있다. 속으로는 여전히 굳건한 연대를 하고있는 지도 모르지만 겉은 그렇다. 지금까지 김승환 교육감의 정책은 대부분 전교조에 기반 했고 무기는 헌법적 가치였다. 현행법에 저촉되더라도 헌법 가치에 위배된다면 저항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로 인해 시국선언 교사 징계를 비롯한 여러 문제로 직무유기로 고발되기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 징계를 슬며시 진행한 경우도 있고 대부분 무죄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최근 김교육감은 지역의 학교를 방문하여 헌법 강의를 하고 다닌다. 여전히 ‘헌법과 법’이 김 교육감의 유효한 무기이나 파열음도 들린다. 겉으로는 자율적 참여를 이야기 하지만 강의 때마다 100여명 이상을 동원시키려 하다 보니 각 학교별로 3~4명 이상이 배당이 되고 인센티브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강의 시간 또한 일과 시간이다.
교육청은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준 강제성을 띤 헌법강의 동원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인사권자인 교육감의 갑질 강의는 ‘을’인 교사와 교직원, 학부모들이 강의를 듣지 않을 권리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북교육계가 심상치 않다. 전교조 전임자들에 대한 징계가 진행되면서 김승환 교육감과 전교조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학교급식 종사자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누리 과정과 관련하여 어린이집 관계자들과 김교육감 측의 몸싸움이 진행되는 등 과거에는 흔히 볼 수 없는 모습들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김교육감의 재선 임기도 반환점을 넘었다. 얼마 전까지는 이번으로 임기를 마치며 아름다운 퇴장을 할 것이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도 주변과 언론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혀 왔다. 하지만 최근의 공기는 과거와는 다른 것 같다. 솔솔 3선 도전 의사가 언론을 통해 회자되고 있다. 명확한 진의는 알 수 없지만 과거처럼 3선 불출마 의사를 밝히지는 않는 모양이다. 헌법적 가치를 항시 법에 우선하며 이를 기반과 자랑삼아 교육청을 운영해온 김 교육감의 최근 행보는 ‘갈지자’임이 분명하다. 사안에 따라 다른 가치가 적용된다. 평소 밝힌 소신대로라면 전교조 문제에 대해 교육부에 끝까지 저항하며 고발과 불이익을 감수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대법 판결까지는 지켜보는 것이 맞다. 시민은 알고 있다.
헌법적 가치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적 가치와 권리를 보장하지만 현실의 법과 제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도리어 법과 제도를 빙자하여 ‘법의 이름으로’ 왜곡된 결정을 밀어붙이며 힘없고 가난한 민초들을 옭아매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이제라도 전북도민과 교육공동체의 이해와 이익을 중심에 놓고 소통하며 현실을 직시하는 유연한 행정을 펼쳐야 한다. 법과 제도의 개선, 교육행정의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구축은 혼자만이 아니라 전북 도민과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실현해나가야 한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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