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민주적 조직 운영 / 금융 약자들의 '희망의 꽃' / 국가경제 한 축으로 성장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김춘수 시인의 시(詩) ‘꽃’이다. 누군가를 불러주는 이름이나 호칭이 중요한 의미가 되며 내가 불러주는 누군가의 이름이나 호칭에 따라서 그의 삶과 인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상호금융권(신협, 농·수협, 새마을금고, 산림조합 등)에 대해 ‘제2금융권’이란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통상적으로 사용되어 현재는 금융기관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굳어진 ‘1금융권(은행)과 2금융권(비은행 금융기관 전체)’이란 표현에 대해 필자가 거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필자도 상호금융권에 속한 ‘2금융인’이기 때문이다. 서열을 중시하는 우리의 문화 속에서 금융기관을 ‘1·2금융’으로 구분짓는 것은 1은 크고 좋다. 2는 작고 약하다라는 전제를 내포하여 부분으로 전체를 착각하게 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수 있게 된다. 실제로 은행보다 더 건전하게 운영되고 지역주민과 동반성장하고 있는 강소(强小) 상호금융기관도 많음에도 은행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상호금융권과 은행권을 비교해보면 총자산은 은행권이 크지만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의 금융편리를 위한 점포수(2015년도말 기준 상호금융 점포수 1만49개·은행 점포수 7446개)는 상호금융권이 훨씬 많다.
물론, 많은 점포수에 대하여 경영효율성이 떨어지는 고비용구조라는 시각도 있으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금융편의와 텃밭경영을 통해 지역주민과 함께 성장하는 것을 기본목표로 하는 상호금융권의 가치는 고려되어야 한다.
양자의 대출금리와 여신의 건전성을 비교하면 2016년 5월말 기준 신협의 평균 대출금리는 4.68%(채무자의 거래상황에 따라 가감)로 은행의 3.48%와 차이가 크지 않다. 대출연체율도 신협은 1~2%대로 1% 미만인 은행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
은행문턱을 넘기 어려운 서민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금융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호금융권들을 ‘2금융권’이라는 표현으로 인해 저평가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조합원에 의해 민주적으로 조직 및 운영되고 협동운동의 확산을 통해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상호금융권의 다양성과 차이점을 정부 및 사회각층에서 인정하고 지지해야만 진정한 금융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고금리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는 금융소외자들을 최소화하고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국민들의 금융수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호금융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백화점, 대형마트, 재래시장이 공존해야만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것과 같이 금융의 모세혈관인 상호금융권이 서민, 소상공인, 자영업자과 동반성장을 통하여 튼튼해진다면 자연스럽게 동맥인 은행과 은행을 이용하는 금융소비자들도 건전하게 발전할 것이다.
이제 금융업도 대형화·겸업화의 흐름으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 구조에서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찾아야 한다.
이제 상호금융기관을 ‘상호금융권’으로 불러주기를 제안한다. 상호금융권은 서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꽃’이 되기 위해 알맞은 이름으로 불러지기를 희망한다. 사회각층에서 상호금융권을 지지하고 지원한다면 상호금융권은 진정한 금융약자들의 ‘꽃’이 될 것이고 국가경제를 지탱할 한 축으로 성장할 것이다.
△문철상 회장은 세계신협협의회 이사, 아시아신협연합회 제1부회장, 사회적협동조합 신협사회공헌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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