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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 민주주의 발전에 큰획 그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파면을 결정했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은 국가적으로 불행이지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의 준엄한 가치를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진전에 큰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 결정은 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권력이 얼마나 허망하고 사상누각인지 똑똑히 보여줬다. 4개월에 걸쳐 주말마다 촛불광장에 모인 촛불민심이 일궈낸 대통령 탄핵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한층 더 성숙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정공백과 국론분열 등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이제 국내외 산적한 현안들을 해결하고, 시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치권과 행정, 시민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서 촉발된 대통령 탄핵사태는 국가 지도자의 무능과 사리사욕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과 절망을 안겨주는지 실감케 만들었다. 국회 청문회와 특검조사, 헌재 심리 과정에서 드러난 박 전 대통령의 행태는 어떻게 이런 지도자를 모셨는지 자괴감이 들게 할 정도였다.

 

헌재가 탄핵을 결정한 핵심 근거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훼손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을 숨기고 최씨의 사익추구를 지원했다. 대통령은 최씨의 국정개입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으며,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고 헌재는 지적했다. 헌재는 또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의 마땅한 의무인 헌법수호 의지조차 없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런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를 하고도 끝까지 국민들을 배신했다. 의당 국가의 지도자라면 탄핵 정국의 격랑에 국민이 분열되고 국정 공백이 오래 지속되는 상황을 조속히 끝내는 방안을 고민했어야 옳다. 촛불 민심 앞에 이미 대통령으로서 권위를 잃은 마당에 끝까지 권력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한 채 연명책만 강구함으로써 국민에 대한 마지막 도의마저 저버렸다. 오죽하면 헌재가 탄핵소추사유와 관련한 대통령의 일련의 언행까지 언급하며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질타했겠는가.

 

부조리한 사회 성찰 계기

 

박 전 대통령의 탄핵사태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도 드러냈다. 최순실씨에 대한 사익 추구가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졌으나 이를 막지 못한 것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이 전반적으로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헌재가 면죄부를 줬으나 정치권과 검찰, 언론 등에서 살아 있는 권력을 제대로 견제·감시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심중만 살핀 청와대 참모들의 책임이 크겠지만, 부당한 압력과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고 수용할 만큼 우리 사회가 부패했기 때문에 그런 농단이 가능했을 것이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이나 미르·K-스포츠재단의 출연금 강제 모금 등의 사례가 그것이다. 최씨에 빌붙어 자신도 사익을 추구한 정황이 드러난 고영태씨에 의해 국정농단 사건의 전모를 밝힌 단초가 됐다는 게 부끄러울 지경이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탄핵사태는 부조리한 사회를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 최고 기업인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고, 전경련이 사실상 와해수준에 이르는 등 정경유착의 부패에 대한 심각성을 재삼 인식하게 됐다. 왜 우리가 국가 지도자를 잘 뽑아야 하는지 새삼 되새기게 했다. 촛불집회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민주주의의 가치를 일깨울 수 있었던 것도 소중한 기회였다.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은 분노한 대다수 국민들에게 분명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에 마냥 축하분위기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다. 당장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부재 속에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는 최장 60일 간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국정을 관리하고 운영해야 하는 비상시국이다. 특히 내우외환이라고 할 정도로 국내외 상황이 급박한 처지에 놓여 있다. 탄핵 과정에서 드러난 국론분열에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경제 보복,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등의 난제가 첩첩산중이다. 이런 문제들이 탄핵정국 속에 묻혔고, 향후 대선 때까지 더 악화 될 소지가 많은 상황이다.

 

대선 정국 속 국민화합 과제

 

국민적 화합이 발등의 불이다. 탄핵 인용이 말해주듯 태극기집회는 더 이상 명분이 없다. 헌재 재판관 8명 전원이 탄핵을 인용한 것만 봐도 그렇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승복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다. 박 전 대통령을 옹호했던 세력들은 오히려 사죄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태극기를 든 것이 개인 ‘박근혜’가 아닌, 국가를 위한 충심이라면 그게 맞다. 탄핵문제로 혼란스런 상황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대선정국’으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 각 정당이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탄핵을 둘러싼 소모전을 벌이지 않겠다고 공언하고는 있지만, 조기대선이 점화됨에 따라 분열상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정치권의 이합집산과 개헌 문제 등으로 내우외환을 돌보기는커녕 자칫 정치권의 이전투구가 걱정된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탄핵 후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탄핵을 정치적 셈법으로 이용하거나 새로운 분란을 조장하면 안 된다. 대권경쟁이 위기에 놓인 나라의 경제와 외교, 국방에 우선일 수는 없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지도자만이 대통령에 앉을 자격이 있다. 국민의 신임을 잃어 중도하차 하는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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