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외부의 시각과 현장에서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정책의 밑바탕이 되어야 할 정보 분석은 마비됐고, 해양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여전했지만 수사할 수 있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한때, 직원들은 세탁소에서 찾은 제복이 주민들의 눈에 띄일까 쇼핑백에 구겨 넣고 승강기를 올랐다는 사연이 돌만큼 업무 의욕과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자신을 소개하는 명함도 바뀌었다. 명함은 성명(姓名)과 관함(官銜)을 줄여서 쓴 말인데 관함이란 관직을 거쳐 온 경력을 말한다.
나를 소개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명함을 내밀면서도 ‘해양경비안전’을 말하다가 이내 옛 해경, 해양경찰청으로 소개를 바꾼 적도 여러 차례다.
명함(名銜)의 함(銜)이 본디 ‘말(馬)의 입에 물리는 재갈’을 칭하듯, 바뀐 명함(名銜)은 해양경찰의 명암(明暗)을 뒤바꿔 놓았다.
하지만 이제 2년 8개월의 암울한 그림자를 뒤로하고 다시 해양경찰의 명함을 찾아왔다.
미디어에서는 ‘부활, 독립, 복구’라 말하지만 해양경찰의 ‘정상화’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미래를 그리는 정상화를 위해 이제는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해양경찰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과 자기반성을 통해 새로운 해양경찰의 명함을 만들어야 한다. 때문에 해양경찰의 정상화는 그 시기와 방법을 떠나 국민의 신뢰가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확신하면 안 된다.
하루 아침에 달라지는 조령모개(朝令暮改)식 행정보다는 오직 국민을 위해 해양강국의 백년대계를 준비하는 해양경찰로 거듭나야 한다. 재난과 사고에 대비하는 ‘국가 안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해야 하고,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상치안’은 견고해야 한다.
‘서비스 품질’ 역시 친절과 신뢰의 바탕에서 질적 향상을 추구해야 한다.
1953년 노후 된 해군 함정 6척을 인수받아 시작한 해경이 1만의 정예 해양경찰관과 300여 척의 경비함정을 보유한 해양경찰로 발전할 수 있었던 초심과 각오를 새로운 명함 이면에 새겨 넣어야한다.
창설 64년,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耳順)의 해양경찰은 더욱 더 겸허하게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소리에 답했을 때 다시 찾은 명함이 해양경찰의 명암(明暗)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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